▲ 전반 18분 장현수의 헤더슛이 골대를 살짝 빗나가고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31일 오후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이란과의 홈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4-2-3-1 포메이션에서 원톱은 황희찬이 맡았다. 상대적으로 체격 조건이 좋은 이란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잘 이겨내주기는 했지만 '손흥민-권창훈-이재성'으로 이루어진 공격형 미드필더와 매끄러운 패스를 주고받지는 못했다. 7천만원이나 들여서 잔디를 보수했다고 하지만 푹푹 파이며 잔디가 들뜨는 바람에 결정적인 마무리 패스를 섬세하게 구사하지 못한 탓도 있다.
하지만 잔디 탓만 할 것이 못 된다. 이란의 압박 수비를 벗겨낼 수 있는 탈압박 부분 전술을 더 다양하게 보여주지 못한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현수와 구자철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비교적 훌륭하게 해내며 빌드 업 중심에 섰지만 측면 크로스나 상대 페널티지역 안으로 찔러주는 정확한 패스가 뜻대로 통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K리그 클래식 선두 팀 전북에서 잔뼈가 굵은 이재성이 이란 수비수들에게 밀려나며 볼 키핑에 어려움을 겪었고 권창훈이 황희찬과의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는 것도 어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벤치에서 대기중인 염기훈이나 이근호를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제2, 제3의 공격 옵션을 준비하지 못한 듯 보였다.
중국의 간접적 도움 이외에도 이란의 미드필더 에자톨라히가 52분에 퇴장당하는 변수가 생겼다. 한국의 새내기 수비수 김민재의 머리를 고의적으로 밟은 것이 피터 그린(호주) 주심에게 걸리고 말았다.
한국으로서는 40분 이상의 시간 동안 11명 vs 10명의 구도 속에서 보다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펼칠 수 있었지만 섬세한 연계 플레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반전에 프리킥 세트 피스로 장현수의 결정적인 헤더 슛을 날린 것 말고는 이란 골문이 제대로 위협받지 못한 탓이다.
신태용 감독은 73분에 이재성을 빼고 김신욱을 들여보내며 노골적으로 롱 볼 전술을 주문했지만 이란은 이 전술을 이미 예상한 것처럼 듬직한 수비수들을 통해 김신욱을 효율적으로 밀어냈다. 발리슛의 장인이라 불리는 이동국이 교체되어 들어간 시간은 89분에 다 되어서였다. 추가 시간까지 포함하여 6분 가량밖에 못 뛰면서 어떤 결실을 요구하는 것은 욕심일 뿐이었다.
이렇게 신태용호는 두 가지 호재(중국 승리, 이란 미드필더 퇴장)를 받아들고도 섬세하게 요리할 줄 몰랐다. 이미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쥔 이란 쪽에서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한 흐름이었기에 특별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