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맞은 중2 교실...새로운 수능 첫 시험

입력 2017-08-31 12:07


교육부가 수능개편을 1년 미루기로 하면서 현 중학교 2학년생들이 연이틀 '대형 폭탄'을 맞았다.

교육부는 31일 2021학년도로 예정됐던 수능개편을 1년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 중3들은 현행 체제로 수능을 치르는 대신 중2들이 개편된 '새로운 수능'을 보게 됐다.

중2들은 1년 선배의 '시행착오'를 보고 입시전략을 짤 수 있는 비교적 여유로운 상태였다가 하루아침에 개편 수능 시험을 처음 치러야 하는 처지로 바뀐 것이다.

애초 교육부가 제시했던 수능개편 시안은 백지화됐지만 개편의 핵심이었던 절대평가 확대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중3의 혼란을 중2가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 셈이다.

중2가 겪어야 하는 입시제도 변화는 수능만이 아니다.

교육부는 전날 대통령 주재 핵심정책토의(업무보고)에서 외국어고·국제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가 동시에 입시를 실시하도록 올해 4분기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외고와 자사고의 학생 우선 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얘기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중2가 고교입시를 치르는 내년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고등학교는 입시일정에 따라 통상 8∼11월에 학생을 선발하는 전기고와 12월에 뽑는 후기고로 나뉜다.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과학고·외국어고·국제고, 자사고와 예술계고, 특성화고 등이 전기고, 일반고와 자율형공립고가 후기고다.

현행 제도로는 전기고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전국 전기고 중 1곳(마이스터고·특성화고 제외)에만 지원해야 하고, 불합격하면 1∼3지망을 정해 일반고를 비롯한 후기고에 지원할 수 있다.

물론 전기고에 합격하면 후기고 지원은 불가능하다.

제도가 바뀌어 외고·국제고·자사고가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입시를 진행하면 외고 등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학생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가 된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입시전문가들은 교육현장 혼란을 우려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지금 중2들은 여러 사안이 한꺼번에 겹쳐 매우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수능개편과 함께 고교학점제나 내신 성취평가제 등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교육부가 내놓은 수능개편 시안이 둘 다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여서 중2들은 앞으로 '혁명' 수준의 큰 변화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며 "고교선택에 대해서는 향후 1년간 고민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중1 학부모 강모(49)씨는 "수능개편이 중3부터 적용될 줄 알고 크게 신경을 안 썼는데 중2부터 적용된다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느낌"이라며 "딸이 현재 자유학년제에 참여하고 있어 입시와 관련해서는 손을 놓고 있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