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정치 개입과 선거 개입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법원이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낸 지 2년 만의 결론이다.
지난 4년간 심급마다 판단이 뒤집힌 선거 개입에 대해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하면서 사실상 2012년 대선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게 다시금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7부(김대웅 부장판사)는 30일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겐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단 2심 재판부가 선거법 위반을 인정한 근거로 삼은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은 대법원 취지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작성자가 법정에서 작성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만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트윗 계정을 1심(175개)보다 많은 391개로 인정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이 2012년 8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게시한 정치 관련 글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즉, 선거 국면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올리는 건 선거운동으로 충분히 인정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선거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규정하며 선거 중립을 헌법 가치로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공무원의 정치 중립을 정면 위반해 정치 관여를 하고 나아가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으로 나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기관이 이처럼 장기간 조직적으로 정치, 선거에 관여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질타했다.
또 "국정원의 이런 활동은 여론 왜곡 위험성을 높이고, 국가 기관의 정치 중립과 선거 불개입을 신뢰한 국민에게 충격을 안기는 정당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 댓글을 남겨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2013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검찰이 제출한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글을 1심보다 폭넓게 인정하면서 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이후 대법원은 2015년 7월 선거법 위반의 근거가 된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2심 결론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원 전 원장은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