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CEO] '위기의 DGB' 박인규 회장‥거취 '벼랑 끝'

입력 2017-08-30 18:04


<앵커>

한때 외국계 은행을 뛰어넘고 시중은행의 위상을 위협했던 지방은행들이 최근 잇단 악재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오늘 톡톡 CEO에서는 DGB금융지주 회장이자 대구은행장인 박인규 회장에 대해 취재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 조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조 기자, CEO 리스크는 업종을 불문하고 기업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까.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불거진 '자진 사퇴설'에 대해 일단 부인했군요?

<기자>

네, 박인규 회장은 2014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 오른 뒤,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집권 2기차, 2020년까지가 임기인데요. 연임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거취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최근 대구은행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는데, 이후 박인규 회장이 금융위 고위관계자를 만 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자진 사퇴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시선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이 직접 공식석상에 나와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자진해서 사퇴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고, 각종 의혹이 있다면 경찰 조사도 성실히 받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각종 의혹과 추문 등 어려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죠.

다만 최근 불거진 문제를 해결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여, 일단 현 사태를 해결한 뒤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사퇴설의 근간이 된 비자금 문제는 무엇인가요?

<기자>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한 이후 현금으로 교환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을 매달 일정금액씩 해서, 수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입니다.

사실 지난해부터 이 같은 내용의 투서가 금융당국에 접수됐고, 금융감독원이 두차례 걸쳐 감사를 벌였지만 혐의점을 발견 못했다고 했는데요.

6월경 경찰에 또 제보가 들어가면서 대구지방경찰청이 8월부터 본격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측은 관련 혐의가 확인되면 수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앞서 대구은행에서 비정규직 여직원 성추행 파문이 있었는데, 불과 한 달 새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내부가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내부 갈등과 함께 정치권 외압설까지 불거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박 회장의 연임 과정을 문제 삼는 투서가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쏟아졌고, 여기다 또 다른 지방금융지주인 BNK금융그룹의 회장 인선이 '정치권 낙하산' 논란에 표류하고 있는데요.

BNK처럼 DGB금융 역시 자리를 만들기 위한 수장 흔들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일부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민간금융사는 경영능력에 근거해 수장 교체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그런데 경영 능력 자체를 문제 삼는 측도 있다구요?

<기자>

네, 결국은 실적입니다. BNK보다 DGB금융이 더 우려되는 부분은 홀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는 점입니다.

상반기 지방금융지주사 실적을 보면, JB와 BNK금융 모두 사상 최대 이익을 나타냈습니다.

성장률로 보면 JB금융이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였습니다.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582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구요.

BNK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3307억원, 창립 이래 동기간 최대 규모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반면 DGB금융은 전년대비 0.9% 감소한 1814억원 당기순이익 기록했습니다.

앞서 1분기만 놓고 보면 당기순이익 10% 넘게 줄었고, 지난해에도 2.2% 줄었으니, 마이너스 성장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것이죠.

일단 DGB금융 측은 자회사 연결회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계조정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방금융지주 3사의 실적을 비교해보자면, DGB가 은행 수익 편중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고, 주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실적도 좋지 않습니다.

순이자마진, NIM도 2분기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홀로 하락한 데다, 대출 성장률도 지난해부터 한자릿수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대구지역 경제 특성상 자동차 부품과 기계 장비 등 제조업체가 많다보니, 제조업 경기 둔화로 기업 대출이 주춤한 것이죠.

물론 지방금융지주는 지역경제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지만, JB금융은 수도권 진입 등으로 심화도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거든요.

DGB도 경쟁력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앞서, 비은행부문의 균형 잡힌 성장기반 구축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했는데, 현재 하이투자증권 인수전에 DGB금융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죠?

<기자>

사실상 단독 인수후보가 된 모양새인데요.

당초 일각에서는 지주사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증권사를 구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IMMPE를 통해 하이투자증권에 지분투자를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DGB금융이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면서 IMM PE가 인수 의사를 접었다고 합니다.

인수 대상은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인데요.

현대중공업이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하이투자증권의 손상차손 2828억원 등을 반영해 매각가를 4300억원대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B업계에서는 "지주사 체제 내 금융사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공정거래법 규제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낮은 가격에라도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4천억원대 이하에서도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그런데 인수전이 DGB금융과 우리은행의 라이벌전의 양상으로 뜨거워지면서 가격이 4천억원대 후반, 5천억원 안팎까지 상승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과거 경남은행이나 프놈펜상업은행 등 인수합병에서 종종 고배를 마셨던 DGB금융이 높은 가격을 써낸 것 아니냐라고 보고 있는데요.

인수 자금 마련도 관건입니다.

업계에서는 유상증자 없이 외부차입과 그룹 내부자금만을 동원해 인수자금을 마련할 경우 지주의 부채비율 상승, 대구은행의 자본적정성 하락 부담 등이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특히 가계부채 구조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은행의 유보금을 활용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여기다 박인규 회장의 거취도 막판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인데요.

박 회장은 DGB금융그룹의 총 자산규모를 2017년, 올해까지 80조원으로 키우겠다고 했는데, 지난해말 연결 기준으로 53조입니다.

이번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한 단계 퀀텀점프를 하는 기반이 될지, 박인규 회장이 어떻게 풀어갈 지 주목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이야기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