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부동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내년 4월까지 다주택자에게 불필요한 집을 팔라'고 했는데 청와대 고위공직자 대다수가 다주택자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논란이 커지자 어제(27일) '투기 목적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집 없는 서민들은 어떤 심경일 지 대충 짐작이 간다.
# 장관 3명 중 1명, 靑 참모 절반 '다주택자'
8.2 부동산대책은 다주택자 규제가 핵심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책 발표 이후 다주택자를 겨냥해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고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김현미 장관 역시 다주택자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25명 가운데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9명이다. 3명 중 1명은 다주택자인 셈이다. 김현미 장관을 비롯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해당된다. 청와대 고위공직자 가운데 다주택자 비율은 더 많다. 15명 중 8명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집을 2채 이상 보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장하성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이정도 총무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이상붕 경호처 차장 등이 다주택자로 분류된다.
# 청와대 "무늬만 다주택자입니다" 항변
정치권을 비롯해 인터넷상에서 청와대의 부동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이 뜨겁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았던 새 정부 장관에 이어 청와대 참모 대다수가 다주택자인 사실이 공분을 사고 있는 거다. 급기야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는 어제(27일)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경위를 설명하는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내용은 이렇다. △장하성 정책실장이 보유한 주택은 2채로 모두 부부 공동소유. 서울 송파구 아파트는 거주 중이며, 경기 가평군 주택은 전원주택으로 은퇴 후 거주할 목적으로 매입한 것임. △조국 민정수석이 보유한 주택은 총 2채로 각각 본인과 배우자 소유임. 조 수석은 서울 서초구 아파트는 거주 중이며, 부산 해운대 아파트는 조 수석 본인이 울산대 교수 재직 시 출퇴근하기 위해 사놓은 것으로, 서울로 이직한 뒤 매각하려고 했으나 불발된 것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본인과 배우자 공동소유 1채, 본인 소유 1채 총 2채. 부부 공동 소유 아파트에 윤 수석이 살고 있고, 그 바로 옆 동에 있는 본인 소유 아파트는 윤 수석 어머니 부양을 위해 구입한 것임. 현재 어머니는 병환으로 요양 중임. △조현옥 인사수석은 총 2채로 본인과 배우자 각각 1채 소유. 전북 익산시 주택은 배우자 소유로, 배우자가 퇴직 이후 고향으로 내려가 거주 중임. 조 수석 소유인 서울 강서구 아파트는 실거주하고 있는 곳이었으나 교통편의 상 현재 중구 소재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임. △한병도 정무비서관은 총 2채로 본인과 배우자 각각 1채 소유. 전북 익산시 주택은 본인 소유로 청와대 근무 이전가지 거주 중이었던 주택임. 경기 성남시 다세대주택은 배우자 소유로 장모님이 거주 중이었으나 근래 별세하신 후 처제가 거주 중이었고, 매각을 추진하던 중 재산신고 이후에 매각이 되었음. 현재는 1주택자임. △전병헌 정무수석, 하승창 사회혁신 수석, 이상철 국가안보1차장, 이정도 총무비서관은 2주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부부 공동소유 1채임. 한마디로 투기 목적으로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다주택자가 됐다는 것. 즉 '무늬만 다주택자'란 얘기다.
# 다주택자 규제 매몰‥"집 없는 서민 살펴야"
새 정부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들과 마찬가지로 일반 다주택자들도 다들 각자 사연이 있을 거다. '사는 집이 아니면 팔라'는 정부의 바램과 달리 집을 팔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정부가 보는대로 모든 다주택자들이 투기꾼은 아니란 얘기다. 문제는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않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안하면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청와대 내로남불 논란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 사회를 '집 없는 자', '집 가진 자', '집 더 가진 자'로 구분 짓는 것도 웃픈(웃기고 슬픈) 일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규제에 매몰되기 보다 이제는 집 없는 서민들을 두루 살펴야 한다.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8.2 부동산대책 발표로 은행대출이 더욱 어려워졌다. '돈 없는 자'가 '돈 가진 자'보다 집을 구하기 더 어려워진 거다. 그러다보니 전셋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진 자'는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등 규제를 피한 지역이나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에 눈을 돌릴 수 있다. 또, 전셋값이 더 뛰면 갭 투자에 다시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가진 자'는 '더 가진 자'로, '없는 자'는 '더 없는 자'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