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경찰' 박서준 "강하늘과 호흡? 촬영하는 매 순간 즐거웠다" [인터뷰]

입력 2017-08-24 22:51


2012년 '드림하이'로 브라운관에 처음 얼굴을 내민 박서준은 '마녀의 연애'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 '화랑'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이후 '쌈, 마이웨이'에서는 격투기 선수 동만으로 분해 호평을 받았다. 그 기세를 몰아 스크린에서도 입지를 굳히는 모양새다.

'청년경찰'은 우연히 목격한 납치사건에 휘말린 두 경찰대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서준은 의욕충만 경찰대생 기준으로 분해 거침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였다. '청년경찰'은 대작들이 쏟아지는 극장가에서 꾸준히 예매율 상승 곡선을 그리며 흥행 중이다.

역할 크기에 관계없이 꾸준히 쌓아온 박서준의 필모그래피는 풍성하다. 데뷔는 다소 늦었지만 데뷔 후 빠르게 성장한 그는 이제 브라운관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본격적으로 그의 이름을 새기고 있다. 최근 그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공개한다.

첫 영화 주연작이다.

정말 재밌게 찍었는데, 대중들이 웃음 포인트를 알아줄까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언론시사회 때 관객석에서 박수가 나왔단 반응에 깜짝 놀랐죠. 기준이는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시간을 연기했기에 접근하기 쉬웠어요. 연기 전공인 학교에서 선배들의 군기라든지, 단체 생활, 기숙사 생활 등 비슷한 점이 많았거든요.

본인이 살아온 시간을 연기했다고 했는데,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했나?

고등학교 때 연기를 시작했어요. 연기자가 되고 싶어서 연기 학원도 다니고 대입 준비도 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땐 인생의 꿈이 대학교 진학이었죠. 원하던 학교에 입학하니 모든 인생의 목표를 잃어버린 느낌이었어요. 방황을 많이 했죠. 진짜 연기자가 되고 싶었던 건지, 학교가 가고 싶었던 건지 헷갈렸어요. 그런 점이 기준이와 비슷했어요.

늦게 데뷔를 해서 초조함도 있었을 것 같은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기학원을 다녔는데 관계자분들이 '너무 늦었는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대학교에 가고 또래들이 나오는 방송을 보니까 나와는 다른 사람인 것 같은 이질감이 생겼어요. 그런데 40, 50대 때 빛을 보시는 분들도 많으니까 그냥 즐기는 게 맞다고 생각했죠. 내가 빨리 대중에게 노출돼서 인기를 얻고 돈을 벌고 싶은 것도 아니고, 가장 중요한 건 연기를 끝까지 하는 건데 길게 보자고 생각했어요. 어린 마음에는 초조한 적도 있었지만 많이 압박을 받지는 않았는데, 제대하고 나서는 좀 있었어요. 제대할 때쯤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패기가 생기지만 나와서 오디션에 많이 떨어지면서 그때는 '연기가 나에게 안 맞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죠.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냈나?

사실 지금도 이겨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일단 내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24시간 중 8시간을 잔다면 나머지 시간을 빡빡하게 채웠어요. 승마, 합기도, 검도, 복싱 등의 운동으로 시간을 보냈죠. 체력적으로는 힘들었는데 그렇게 반년에서 1년 정도 하고 나니까 정신도 건강해지고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내가 지금 나와 있는 사람들에 비해서 부족한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운과 시기가 안 맞을 뿐인 거죠. 지금은 내가 늦게 출발한다 생각하고 기다리자고 생각했어요.



연기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닥치고 패밀리'라는 작품을 할 때요. 그 작품을 만나기 전까진 늘 난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해서 연기를 보여주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닥치고 패밀리'는 시트콤이다 보니 편하게 연기하는 게 중요했어요. 그 작품 이후로 카메라 의식도 안되고 마음껏 뛰어노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기준과 자신을 비교하자면.

영화 속 기준은 쾌활한 남자인데 그 나이 때 저는 낯가림이 심하고 소극적이었어요. 연기하고 무대에 오르는 건 전혀 문제없는데 일상 생활할 때 좀 그랬어요. 하지만 현재는 좀 더 여유가 생기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이나 태도가 달라졌거든요. 그래서 기준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쌈, 마이웨이'의 동만이와 기준이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걱정을 많이 했죠. 실제 영화를 먼저 촬영하고, 드라마를 찍었어요. 때문에 '쌈, 마이웨이'를 찍으면서 고민을 했어요. 재미있는 점은 영화와 드라마 속 모두 같은 소품을 들고 찍어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아주 깜짝 놀랐죠. 그래서 드라마를 촬영할 때는 '영화에서 하지 않았던 동작이라도 해야겠다'는 고민도 했어요. 캐릭터로만 봤을 때 비슷한 설정들도 있긴 해요. 발랄하고, 건강하고, 유쾌한 청춘이라는 점이요. 반면, 다른 점도 있어요. 동만이는 실패를 맛본 인물이고, 기준이는 특별한 인생의 굴곡이 없는 이제 시작하는 청년이요.

강하늘과 호흡이 돋보인다.

찍으면서 너무 웃겼어요. 예를 들면 기준이 희열에게 클럽에 가기 전에 '조금만 더 웃어봐. 이빨 되게 많다'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찍으면서 매 순간 너무 웃겼어요. 감독님이 저희를 캐스팅하면서 이미지를 많이 찾아보셨어요. 하늘이가 웃을 때 이가 많이 보여서 그런 대사를 생각하시더라고요. 저희에 대해 관찰을 많이 하셨어요.

영화는 유쾌하게 흘러가지만 사건은 절대 가볍지 않다.

심각한 상황을 다루는 데 있어서 심각하게 표현하기보다 둘의 호흡에 집중했어요.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이십 대 초반 학생 같은 모습으로 위트 있게 풀어낸 것 같아요. 뒤로 갈수록 두 사람의 캐릭터가 혼재되는 건 서로 다른 성격이지만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감독님의 정확한 생각이 있었어요.

'청년경찰'이 박서준의 대표작이 될까.

대표작이나 인생작이라는 말은 이미지의 표본이 되는 것 같아서 좀 부담스러워요. 결과가 좋은 작품이 누군가가 봤을 때 그 배우의 대표작일 수 있지만 좋은 수식어는 아닌 것 같아요.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라도 굳어지는 건 걱정돼요.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는 좋아하는 가수의 음색과 톤이 좋아서 듣지만 배우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여러 캐릭터와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서 하얀색에 가까워야 하지 않나 싶어요.

'청년경찰'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판타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 같아요.'청년경찰'에서 이 학생들은 사건을 접하고 해결하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용기 있는 선택이잖아요. 그런 선택들이 미래를 바꾸는 것 같아요. 사실 영화에서 기준과 희열은 딱히 경찰이 되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었어요. 대부분 사람이 그런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아직 꿈이 없는 친구도 있고요. 과감한 선택을 해야만 미래도 변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무엇인가를 상기시킬 수 있는 순간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109분간의 런닝타임을 즐겁게 느꼈으면 더할 나위 없고요.

사진 콘텐츠와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