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 백서를 발간하라고 지시했다. 사후약방문이 또다시 써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정권교체가 이뤄지고 부처의 수장이 새롭게 오를 때마다 각종 '파동'에 정부의 초동대처가 미흡한 것은 강한 규제와 꾸준한 관리감독의 실패에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당시 박근혜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유해 성분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CMIT/MIT)이 검출된 치약 파동을 겪은 뒤 '살생물질관리법'(가칭)을 만들어 2019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가 고위험물질 1300종을 금지물질로 지정해 직접 관리,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다.
당시 정부는 먼저 시장에 유통 중인 생활화학제품을 올해 6월까지 일제히 조사해 위해성을 평가하고, 유통 제품의 상시 안전 점검, 생활화학제품 관리 체계도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지만 곳곳 구멍을 드러냈다. 전 정부에서 이뤄진 사업이 매끄럽게 넘겨지지 못한 탓도 크다.
이 때문에 생활화학제품군의 생리대 뿐만 아니라 해충을 쫓는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 영향을 미치면서 끊임없는 위해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부작용 논란에 오른 생리대의 경우 식약처는 1년에 네 번 분기별로 품질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정작 문제의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유해성 검사는 기준에서 제외됐고, 살충제 계란 역시 '친환경 인증'을 달고 유통한 농가에서 무더기로 검출됐다. 농가들은 해충을 쫓기 위해 써왔다는 살충제이지만, 이 인과관계가 알려지기까지는 유럽의 살충제 파동이 계기가 됐을 뿐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었다.
살충제 계란 파동 백서 지시를 시작으로 정부가 생활화학제품군에 대한 관리감독을 보다 강화해 소비자들의 '케미컬 포비아' 우려를 씻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