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너마저…' 위기의 코스닥

입력 2017-08-21 17:51


<앵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이 오늘 이사회를 열고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의결했습니다.

다음 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안건이 가결되면 셀트리온은 13년만에 코스닥시장에서 짐을 싸게 됩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돕니다.

<박승원R>

<앵커> 이 문제 좀더 자세하게 나눠보기 위해 경제부 유주안 기자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유 기자, 시가총액 1위 기업이 이탈한다면 코스닥 시장 타격이 클 것 같은데요, 코스닥 성공 기업이 결국 코스피 시장으로 짐싸서 떠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기자> 코스닥 시장에서 셀트리온의 상징적 의미는 아주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 이미 시가총액 2위 기업이었던 카카오가 이전상장을 했고, 이 자리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채워줬다고는 하지만, 셀트리온마저 코스닥을 떠나게 되면 코스닥 시장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단 규모면에서 빈익빈 부익부 심화가 우려됩니다.

코스닥에서 셀트리온 이전한다고 가정했을 때 시가총액 계산해봤는데요

지난 18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이 1533조원 가량이고 코스닥이 218조원인데요.셀트리온 시가총액이 13조5천억원이 넘어가니까, 이전상장하면 코스피 1546조원, 코스닥 204조원 시장으로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됩니다.

반면 정보기술주 시장인 나스닥이 발달해 있는 미국 시장은 나스닥과 뉴욕거래소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경쟁하기 때문에 나스닥 상장 기업들이 뉴욕거래소로 옮긴다, 이런 얘기는 나온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거의 없죠.

뉴욕거래소 시가총액 27조1662억달러, 나스닥 10조9427억달러로 규모 면에서는 뉴욕거래소가 2.5배 정도 크지만요,

최근 시장 뜨거운 이슈인 정보기술주들만 봐도 시가총액 면에서는 뉴욕거래소 상장기업을 압도하고 있는데요, 이 기업들은 나스닥에서 기업공개했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앵커> 카카오에 이어 셀트리온까지 코스닥 대장주들이 연이어 코스피행을 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소위 '코스닥 디스카운트'가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러한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합니다. 방서후 기자의 보도입니다.

<앵커> 결국 코스피로의 이전상장을 하는 이유는 수급에서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판단해볼 수 있겠습니다. 수급과 관련해서는 또 공매도가 계속 언급이 되고 있는데, 공매도로 인한 피해가 오래된 고향을 떠날 만큼 심각한가요?

<기자>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공매도 세력의 잇단 공격으로 인한 주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코스피로 이전상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한때 공매도 비중이 전체 주식거래 30%를 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이 내세우는 것은 코스피로 이전하면 주가가 상승하고 펀드자금 등 수급 개선 돼서 공매도 세력 개입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이고, 최근 코스피로 이전상장한 카카오도 수급여건 개선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1번가를 통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책 제안을 받았잖아요. 여기에 공매도 폐지해달라는 청원이 거세게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이 이 제도에 공포를 느끼고 시장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죠.

정부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금융당국이 5개월 만에 또다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이번에는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한창율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창율R>

<앵커> 따져보면 공매도가 결국 코스닥 상장기업이기 때문에 더 기승을 부리는 것도, 코스피로 이전한다고 해서 공매도 영향권에서 아주 벗어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공매도의 악영향을 더욱 크고 깊게 받을 수 있는 건 확실히 문제인 것 같네요.

<기자>

공매도라는 건 여러 투자기법, 투자전략 가운데 하나입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왜 개인만 접근을 못하는 것이냐고 불만이 나오기도 하지만 제도 자체의 필요성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고요.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 내지는 더 오를 수 있는 주가가 못 오른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공매도가 유독 코스닥 상장사 주가를 좌지우지 한다면 또다시 코스닥 시장의 한계와 연관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의 특징 가운데 공매도라는 제도가 악용될 여지가 좀더 크다고 볼 수 있는 점이 있는데요,

바로 코스피시장과 비교할 때 수익성이 더 낮고 실적 변동성이 높은 반면 주가수준은 상당히 고평가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비교해서 살펴보면 수익성 지표중 ROE는 코스피 상장사 7.9%인데, 코스닥 1.1%에 불과합니다.

그에 반해 주가수준 지표 PER은 코스피 5년 평균 14.4배인데 코스닥은 36.4배 이죠.



이러다보니 소액을 가지고 좀더 리스크를 감수해보겠다는 개인투자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고 기관,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으로 몰리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코스닥 수급기반이 더 빈약하게 되겠지요.

이러다보니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정보 제공도 점점 더 불충문해지고요 또 일부 코스닥 상장사 경영자들의 모럴해저드로 인한 문제들도 잊을만하면 터져나와서 신뢰 형성에도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간단하게 해결되긴 힘들겠지만 코스닥 시장의 질을 좀더 올려서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자> 셀트리온 코스피 이전추진이 상징하는 코스닥의 근본 문제들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급적인 한계, 정보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여러가지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거론되는 것들 가운데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코스피200 지수에 코스닥 기업을 편입하는 것, 내지는 코스피, 코스닥 기업을 함께 편입한 통합지수를 개발해 펀드 자금 등이 코스닥 시장에 보다 많이 유입되게 하자는 것이 있고요

연기금과 사모펀드 등 기관투자자의 시장참여 유도, 상장기업에 대한 리서치도 강화 등도 거론됩니다.

그리고 분명한 건, 코스피시장과는 차별화된 코스닥의 정체성은 유지를 해야 하겠죠. 신성장산업 분야의 중소, 벤처기업들이 코스피보다 낮은 문턱을 넘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는 지켜져야 하고요. 대신 도덕적 해이 등은 확실하게 가려내고 강력하게 견제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야를 넓혀서 자본시장 전체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도 있는데요. 특히 향후 주식시장 대주주범위가 종목당 보유액 3억원으로 확대되잖아요.

현재 장외 비상장기업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향후 코스피 또는 코스닥에 상장이 되고 나면 지분 가치가 3억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텐데, 이 때 주식을 장기보유해왔던 주주들이 세금때문에 투자기업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이 역시도 코스닥에서의 우량 기업에 대한 장기투자를 결국 가로막는 또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앵커> 지금까지 유주안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