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연간 '살충제 계란' 12.5개 먹었다

입력 2017-08-19 09:49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평균 약 12.5개의 '살충제 계란'을 먹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8일까지 마무리된 정부의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은 49곳, 이들 농장에서 생산·유통한 계란은 연 6억2천451만5천개에 이르렀다.

지난해 기준 연간 계란 생산·유통물량 135억5천600만개의 약 4.6%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약 5천만명으로 계산하면 국민 1인당 연평균 12.5개의 '살충제 계란'을 먹은 셈이다.

하지만 이는 18일까지 마무리된 정부의 전국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확인된 '살충제 계란' 검출 농장수와 농장별 생산량을 바탕으로 추산한 수치여서 전수조사 결과에 오류가 있다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보다 큰 문제는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등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 성분 검사가 사실상 올해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오랫동안 소비자들이 '살충제 계란'을 먹어왔는 지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성인보다 독성 물질에 취약한 어린아이들이 밥반찬 등으로 계란찜, 계란말이, 계란후라이, 삶은 계란 등을 즐겨먹는 점을 고려하면 '살충제 계란'으로 인한 피해는 더 심각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벌레의 중추신경계를 파괴하는 살충제인 피프로닐은 사람이 흡입하거나 섭취할 경우 두통이나 감각이상, 장기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닭 진드기 퇴치용 살충제인 비펜트린은 미국 환경보호청(EFA)에서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조사 결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시장 점유율이 높은 대형마트에서도 모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을 납품받아 유통해온 것으로 드러나 국민 상당수가 '살충제 계란'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

소규모 유통채널보다 친환경 인증제품 취급 비중이 큰 대형마트 3사는 정부가 내준 친환경 인증마크의 공신력을 믿고 별도로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수많은 소비자가 살충제 성분이 함유됐는지조차도 모른 채 오랜 기간 계란을 먹어왔다는 것이 문제"라며 "정확한 실태 파악과 함께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