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박용지 88분 극장골로 인천 유나이티드 승리, 다시 '잔류 왕' 신화 쓰나?

입력 2017-08-15 02:39
▲ 88분, 인천 유나이티드 박용지가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극장 결승골을 터뜨리는 순간(사진=와우스포츠)

이기형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2일 오후 7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26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후반전에 바꿔 들어간 박용지가 단 5분만에 극장골을 터뜨리며 2-1로 이겼다. 그 결과 10위 상주 상무와 11위 인천 유나이티드가 승점 1점 차이로 근접했으니 이른바 승점 6점 짜리 경기를 잡은 셈이다.

새 시즌 개막 후 약 2달 가까이 승리를 거두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인천 유나이티드가 비로소 시즌 첫 승리를 거둔 것이 석가탄신일이었던 5월 3일 상주 상무와의 어웨이 경기였다. 하지만 그 흐름을 다음 경기까지 이어가며 2경기 연속 승리 기록을 만들지 못했으니 지금은 꼴찌나 다름없는 11위에 턱걸이하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그래서 이 귀중한 첫 승리 기억을 똑같이 살려내고 싶었다. 경기 시작 후 12분만에 그 뜻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나온 세컨 볼 집중력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프 사이드 라인을 돌파한 수비수 이윤표가 욕심내지 않고 헤더 패스를 떨어뜨려주었고 동료 수비형 미드필더 채프만이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다.

선취골을 얻은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 초반에 두 차례나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를 잡았지만 원톱 김대중과 날개공격수 송시우가 상주 상무 골키퍼 유상훈에게 막히고 말았다.

축구장 흐름은 한 팀이 완벽하게 잡아내지 못하면 상대에게 쉽게 넘어가는 것처럼 전반전을 신중하게 대처한 상주는 후반전 초반 위기를 유상훈 덕분에 모면하고 다시 흐름을 잡아냈다. 상주도 인천처럼 60분에 얻은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한 것이다. 후반전 교체 선수 윤주태의 패스를 받은 골잡이 주민규가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골문 왼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정적인 포인트에서 선수 교체를 통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쪽은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이기형 감독이 공격수 셋(웨슬리, 엔조, 박용지)을 차례로 들여보낸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나중에 들어간 박용지가 가장 빛났다. 83분에 송시우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박용지는 딱 5분만에 짜릿한 극장 골을 만들어냈다. 수비 지역에서 주장 최종환이 길게 넘겨준 공을 따라 뛰면서 상주 상무 신세계를 따돌리는 순간 스피드가 돋보였다. 스피드 뿐만 아니라 골문을 등지면서 오른발 끝을 사용하여 섬세한 감각을 자랑하는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온 골키퍼 유상훈의 키를 넘기기 위한 강약 조절이 놀라웠다.

이후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추가 시간 4분을 포함하여 6분간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골키퍼 이진형과 '이윤표, 채프만, 하창래' 쓰리 백이 온몸을 아끼지 않은 투혼을 보인 덕분이었다.

이로써 인천 유나이티드는 7월 1일 홈에서 광주 FC를 1-0으로 이긴 이후 42일만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얻어왔다. 하지만 강등권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플릿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남은 정규리그 7경기 하나하나를 매우 신중하게 치러야 한다. 그 중에서도 하위권 탈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팀들과의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 11위 인천 유나이티드(26경기 23점)는 9월 10일 홈에서 12위 광주 FC(25경기 19점)를 만나고 정규리그 일정 마지막 날인 10월 1일 대구로 찾아가서 9위 대구 FC(26경기 26점)를 상대해야 한다.

이들과 승점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10위 상주 상무(26경기 24점)도 7월 16일부터 시작된 최근 6경기 연속 패배(2득점 13실점)의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여섯 경기 모두 2골 이상을 내줬으니 무너진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어야 하는 숙제가 어깨를 무겁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8월 20일 대구 FC와의 어웨이 경기, 9월 16일 광주 FC와의 홈 경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전북 현대, 수원 블루윙즈, 울산 현대'의 3파전으로 집중되고 있는 K리그 클래식 우승 경쟁 못지 않게 '대구 FC-상주 상무-인천 유나이티드 FC-광주 FC'로 이루어진 하위권 4파전에 더욱 눈이 가는 축구장의 가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