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서는 SBS '엽기적인 그녀(이하 '엽기녀')에서 조선판 '그녀'인 혜명공주를 연기했다. 혜명공주는 겉으로는 왈가닥으로 보이나 속에는 깊은 상처를 가진 인물이었다. '엽기녀'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약 1년의 촬영 기간을 거쳤다. 드라마 '엽기녀'는 동명의 전지현, 차태현 주연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워낙 영화가 많은 인기를 얻었고 팬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드라마 방영 전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연서가 표현한 캐릭터는 전작이 떠오르지 않게끔 했고, 오연서는 '엽기녀'를 통해 확실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그녀를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나봤다.
Q. 이번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A. 초반에는 발랄한데 후반은 진지한 캐릭터였다. 그 선을 잘 잡아가는 데 중점을 많이 뒀다. 넘어가는 감정선의 변화가 어색하지 않게 노력했다. 초반에는 '망가지는 장면을 어떻게 하면 잘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후반에는 공주가 가진 아픔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Q. 제목처럼 혜명공주는 엽기적인 사람이었다. 초반에 그래서 트림을 한다거나 망가지는 연기가 많았다. 여배우로서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촬영할 때는 생각 못 했는데 방송 보고 '조금만 덜 할 걸 그랬나' 싶었다. 내가 매사에 좀 열심히 하는 편이다. 엄마가 '이쁜 척 좀 하지 그랬어'라고 속상해하셨다.
Q. 지금까지 달려온 행보를 보면 캐릭터가 정말 입체적이다. 열정이 많은 것 같다.
A. 내가 느끼기는 내 외모에서 오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더라. 나를 알리게 된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사 말순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깍쟁이 같이 보더라. 그 이후로 그런 캐릭터가 많이 들어왔고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서 도전하는 과정이다. 영화 '국가대표2'에서는 보이시한 면을 보여주고 싶었고, '엽기녀'에서는 촌스러운 모습도 보여줬다. 보여줘야 대중들이 아는 거니까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Q.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A. 나는 겁이 진짜 많다. 놀이기구를 아예 못 타고 공포 영화도 못 본다. 추리물은 좋아하지만, 피가 나오는 건 못 본다.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도 많이 하고 하는데 현장에서 티 안 내려고 한다. 막상 하면은 하게 되더라. 도전하는 정신이 중요한 것 같다. 시작하면 주위에서도 많이 도와주고 어떻게든 하는 것 같다. 시도조차 안 하면 없는 게 되어 버린다. 실패해도 남는 게 있는 것 같다.
Q. '엽기녀'를 본인의 연기 인생에서 키워드로 정의내리자면?
A. 조금 힘든 작품이었다. 정신없이 집중해서 찍으면 '무슨 일이지?' 하고 지나간다. 대부분 드라마는 그렇게 찍는다. 방송이 실시간으로 나오니까 연기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 이 작품은 사전 제작이라 모니터가 안 됐다. 스스로에게 자문자답하는 시간이었다. 혼자 많이 싸웠던 시간이다.
Q. 이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인가?
A. 아직은 없다. 나도 오랜만에 휴식이다. 2년 동안 계속 일을 했다. 너무 달려서 지금은 좀 쉬려고 한다. 영화 '치즈인더트랩'이 개봉하면 좋은 모습으로 인사를 드리겠다.
사진/ 이매진아시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