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알 마드리드의 카세미루가 첫 골을 터뜨리고 있다. 이 골은 오프사이드 논란을 낳고 있다.(사진=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네딘 지단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9일 오전 3시 45분 마케도니아 공화국 수도 스코페에 있는 필립 II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7 UEFA(유럽축구연맹) 슈퍼 컵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잉글랜드)를 2-1로 물리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 새 시즌을 기분좋게 출발하게 됐다. 공식적인 UEFA 슈퍼 컵 역사상 네 번째, 지난 해에 이어 2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낸 것이다.
경기 초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방위 압박을 잘 다스린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15분 이후 자신들이 준비한 축구 실력을 맘껏 뽐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카세미루의 코너킥 세트 피스 헤더 슛(16분)이었다. 비록 다비드 데 헤아가 지키고 있는 맨유 골문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온 카세미루의 헤더가 아쉬웠지만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팀 레알 마드리드의 승기는 이제부터 시작된 셈이었다.
24분에 레알 마드리드의 선취골이 나왔다. TV 생중계 느린 화면으로 봤을 때 오프 사이드 논란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이어진 제2, 제3의 추가 공격 기회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하늘이 주신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냈다. 다니 카르바할의 오른쪽 측면 칩 킥 크로스도 일품이었지만 뜻밖의 위치에서 공간 침투를 감행한 카세미루의 미끄러지는 왼발 하프 발리슛 마무리 동작까지 완벽한 작품이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추격해야 하는 맨유 감독 주제 무리뉴가 마커스 래시포드를 들여보내며 과감한 공격 전술을 펼쳤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조직력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52분에 이스코의 결정적인 추가골이 터져나왔다. 여기서 어시스트를 기록한 주인공이 가레스 베일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이적 의구심이 어느 정도 풀려버린 듯 보였다. 역시 축구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 큰 울림을 남기고 있었다.
두 골이나 뒤지고 있다고 해서 맨유가 포기할 수는 없는 시간이었다. 62분에 맨유의 새 골잡이 로멜루 루카쿠가 오른발 밀어넣기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직전에 네마냐 마티치의 시원스러운 왼발 중거리슛이 선행됐기에 이번 시즌 맨유의 새내기 둘이 합작한 작품으로 남았다.
이후에 맨유의 교체 선수 마루앙 펠라이니가 붕대 투혼까지 펼쳤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더 결정적인 기회를 미리 챙기지 못했던 것을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 없던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이 우승은 UEFA 슈퍼 컵이 공식화된 2001년 이후 처음 이루어진 2년 연속 우승이자, 네 번째 우승 위업이다. 아무리 새 시즌 개막 직전 이벤트 게임 성격이 있다고 하지만 새 시즌을 위해 팀을 어느 정도 재정비했는가 하는 점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에 레알 마드리드의 2017-2018 시즌 전망을 밝힌 셈이다.
특히, 팀의 간판 공격수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의 불편한 이야기와 이적설이 널리 퍼졌기에 이 경기는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가레스 베일은 결승골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경기 끝무렵 잠깐 뛰었지만 맨유의 수비수들이 함부로 라인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역할까지 해냈다.
결코 쉽지 않은 전망이지만 이 흐름 속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의 빈 자리까지 염두에 둔 것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의 대체자로 이스코와 아센시오가 충분히 거론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지만 축구 클럽 팀 특성상 이런 변화는 언제든지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지네딘 지단 감독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오래 전부터 준비해둔 것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