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지난 '8ㆍ2 부동산 대책' 발표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를 2018년 1월 예정대로 시행한다고 못 박으면서 재건축사업들이 '속도전'에 더욱 몰입할 전망이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이하 초과이익환수제)의 영향으로 직격타를 맞게 됐다고 우려되는 서울 강남권(서초ㆍ강남ㆍ송파구)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내년부터 부활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형국이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으로 인해 인근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익이 크게 발생할 경우 국가가 이를 환수하는 제도다. 집값이 급등했던 2006년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이후 부동산시장이 냉각되자 정부와 국회는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적용을 유예했으나 올해 말로 종료된다.
내년부터는 재건축 단지에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 원을 넘을 경우 초과 이익금의 10~50%까지 세금으로 내야 한다. 따라서 연내 관리처분인가(일반분양 계획)를 관할관청에 신청하지 못하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을 고스란히 받아 개발이익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다수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시공자 선정을 가시권에 둔 단지들이 그 중심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재건축사업 단계가 '사업시행인가→시공자 선정→분양신청→관리처분인가' 순서인 만큼 시공자 선정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위한 필수 절차이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재건축 조합들 '패닉'… "초과이익환수제부터 피해야" 한 목소리
이달 9일 유관 업계에 따르면 연내 강남권에서 시공자 선정을 앞둔 단지는 10여 곳, 공사 수주 규모는 6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예상 공사비가 사상 최대 규모(총 2조6411억 원, 542만원/평 )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5388가구)는 다음 달(9월) 4일 입찰을 마감하고 같은 달 28일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선정한다. 현재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수주에 가장 적극적이다.
1888가구의 대규모 단지인 ▲송파구 신천동 미성타운아파트-크로바맨션(예상 공사비 총 4,696억, 513만원/평)도 이달 8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1차 관문을 가뿐히 통과했다. 조합은 이날 오전 10시 조합 사무실에서 시공자 현장설명회(이하 현설)를 개최했다. 그 결과, 10개 건설사가 참여한 것으로 확인돼 다음 달(9월) 22일에 입찰을 마감하며 한다. 이곳은 GS건설과 롯데건설의 2파전이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송파구 문정동 136 일대(1265가구) 조합은 최근 시공자 입찰에 파란불이 들어와 관련 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7월) 18일 개최한 현장설명회(이하 현설)에는 건설사 15곳이 참여하며 그 열기가 후끈후끈 달아올라서다. 이에 따라 조합이 입찰을 마감하는 오는 9월 2일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며, 조합은 입찰이 성사될 경우 오는 9월 23일 시공자선정총회를 개최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강남 재건축 블루칩이라 불리는 ▲서초구 서초신동아아파트(1340가구)도 지난 7월 28일 입찰을 마감했다. 그 결과, 조합은 이달 말 시공자선정총회를 열 계획이다. 이곳의 시공권을 두고선 대림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의 경쟁이 치열하다.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시 '억'소리 난다… 시뮬레이션 결과 '주목'
업계 "세금 폭탄 피하기 위해선 빠른 사업 추진만이 지름길"
이처럼 강남 일대 도시정비사업의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사업지들이 시공자 선정을 거쳐 가속도를 붙이려는 상황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초과이익환수제의 영향력에 대해 시사해 눈과 귀가 쏠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8ㆍ2 부동산 대책으로 초과이익환수제 시행이 확정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강남 재건축 단지들 중 사업 동력이 떨어지는 단지는 재건축 규제 강화까지 맞물리면서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여부에 따라 부동산 시세의 등락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고 예상을 내놓고 있다. 특히 초과이익환수가 면제된 사업지의 경우 희소성이 부각되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눈 여겨 볼만하다.
실제로 최근 매일경제신문은 신한은행에 의뢰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이하 환수금) 적용 가능성이 높은 주요 단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바 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앞선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의 경우 조합원 1인당 부담해야 할 환수금이 평균 9억3993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더불어 인근의 ▲대치쌍용2차(620가구)은 평균 3억1624만 원, 사실상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된다고 평가되는 ▲잠실주공5단지(5950가구) 조합원은 평균 2억8694만 원의 환수금을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시뮬레이션에 해당된 3개 단지 이외에도 앞서 시공자 선정 단계를 거치는 조합들도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만 환수금 부과를 피할 수 있다.
특히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에 근접한 단지들도 안심할 수 없다. 그 중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서초신동아의 경우를 H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시뮬레이션 결과 일반분양을 3.3㎡당 4200만 원으로 가정했을 때 조합원 환수금이 평균 1억4299만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 평형의 조합원의 경우 2억4452만 원까지 추가 부담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돼 해당 조합들은 올해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 전문가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환수금을 현재 자료로 추정한 것으로 실제 부과금과는 다를 수 있다"며 "하지만 내년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이 기정사실화 되는 현 상황에서 적용 대상 아파트 보유자들의 부담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서 "초과이익환수제 관련 세금은 분석하는 전문가들에 따라 조금씩 다르며 정확한 측정이 어렵지만, 결국 세금 폭탄을 맞을 경우 사업성이 매우 저하될 우려가 높다"고 덧붙였다.
현재 법적으로는 완공 후 4개월 내에 환수금을 조합에 부과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준공 시점에 해당 아파트를 보유해 조합원으로 등재돼 있다면 해당 조합원은 시세 차익 여부와 관계없이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도시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8ㆍ2 부동산 대책으로 조합원의 지위 양도가 금지된 상황에서는 현재 조합원으로 등재돼 있는 모든 조합원은 환수금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며 "초과이익환수제의 피해 대상지로 분류되는 사업지들은 좀 더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 일각에선 부동산시장 침체 국면 속에서 정부가 쉽사리 제도 시행을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도 했지만 대선으로 인한 정권 교체라는 강력한 변수가 겹치면서 이 같은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제도가 일단 시행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우선적으로 사업 속도를 신경을 써야 한다. 변경할 수 있는 사안은 나중에 생각해도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