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아직 한국판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허하라

입력 2017-08-03 15:30
[증시라인 11]

- 기획 : 조주현, 이봉익

- 연출 : 박두나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아직 한국판 그레이트 로테이션을 허하라' 입니다.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을 내놨습니다. 지난 번 6.19대책이 주로 청약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이른바 핀셋 대책이었다면 이번 조치는 일부 지역의 과열 단속으로 인한 이른바 풍선효과까지 차단하겠다는 일종의 전면전의 성격이 강합니다.

요즘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왜 진보 정부만 들어오면 집값이 오르냐고 말입니다. 글쎄요, 묘합니다. 지난 참여정부 때 웬만한 강남아파트 다 두 배 이상씩 올랐습니다. 그러던 게 부자 감세했던 MB정부나 역시 그 맥락을 이었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집값은 안정이 됐습니다. 혹자는 진보정부가 부동산을 잘 몰라서 정책을 잘 못해서 그렇다고 얘기를 합니다만 제 보기에 전혀 틀린 얘깁니다.

보수정부 때 집값 안정된 거 역설적으로 참여정부가 꾸준히 규제를 했던 효과가 시차를 두고 효과를 본 것 때문이고 또 이 정부 들어와서 부동산이 다시 오르는 건 지난 정부 때 꾸준히 규제를 완화해 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게 글로벌 경기와 금융환경입니다. 참여 정부 기간 동안 집값 우리만 오른 거 아니죠. 미국이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그러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터지면서 미증유의 금융위기 왔습니다. 규제가 집값을 뺀 게 아니고 위기가 시장을 돌려 세운 겁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금융위기 이후에 천문학적으로 풀린 초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선진국을 시작으로 경제 회복기로 접어들고 있고 그 여파가 우리 같은 신흥 공업국으로 옮겨 오고 있으며 산유국을 비롯한 자원 신흥국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회복이 풀린 돈과 어우러지면서 자산 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는 겁니다. 그 오랫동안 꿈쩍도 안 하던 일본 동경의 집값이 오르는 정도니까요.

우리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도 이런 큰 맥락을 이해하고 나왔어야 합니다. 단기적으로 약발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만 한가지 큰 흐름상 우리 집값 특히 서울의 강남을 비롯한 선호지역의 아파트 시세는 세계 자산 시장의 동향과 궤를 같이 할 겁니다.

그럼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경기 상승기에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고 있는 국면에서 주식은 거의 예외 없이 올랐습니다. 정부 정책이 효과가 있었냐 없었냐를 차치하고라도 정부가 규제를 한 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버블이 끼기 시작했다는 반증입니다. 버블은 쉽게 생기지도 않지만 쉽사리 꺼지지도 않습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불로소득에 대해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부정적인 인식을 하는 나라입니다. 토지 공개념이 라던지 주택 거래 신고 제 같은 걸 거리낌 없이 하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자산가들로 하여금 다시 돈을 은행에 집어 넣어두고 꿈쩍도 안 하는 상황으로 몰아가면 안됩니다.

돈을 쓰든지 투자하든지 하라는 건 재벌기업들에게만 할 조치가 아닙니다. 부자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아무것도 안 하는 부자가 많아지면 경제의 변동성은 줄이겠지만 이면에서 역동성도 줄어듭니다.

일본의 잃어 버린 20년 동안 일본 부자들의 돈은 대부분 이자도 없는 일본 국채와 은행 예금에 가 가있었습니다. 아베노믹스, 이 돈 끄집어 내서 쓰고 투자하라는 겁니다.

집에 몰려있는 가계 자산을 더 생산적인 곳으로 물꼬를 트겠다는 의도가 이번 부동산규제책에 담겨 있다면 다행입니다. 그 대안으로 주식시장을 보시기를 바랍니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책과 증세를 하면서 성장률은 끌어 올리겠다고 합니다. 기업에서 가계로 부자에게서 중산층과 서민에게로 소득과 부를 이전시키면서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는 건데 그러려면 자산 가격의 일방적인 약세나 침체는 안됩니다. 소비가 늘지 않습니다. 적절히 올라줘야 합니다. 2분기 우리 내수소비가 0.8%나 성장한 거 결국 집값 오르고 주식 오른 효과를 본 것이기도 합니다.

돈의 물꼬를 부동산에서 은행이 아닌 자본시장으로 돌려 놓기를 제안합니다. 동시에 더욱 투명하고 바른 기업 경영의 전범을 빨리 만들고 우리 가계가 자본시장에서 투기가 아닌 정말 투자를 할 수 있는 법과 제도도 정비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 가계 자산의 부동산 편중을 줄이고 다양한 자본시장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찬스가 될 겁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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