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윤 "'쌈 마이웨이'는 저에게 너무 소중한 작품이에요"[인터뷰]

입력 2017-08-01 12:26


송하윤은 고등학생 시절 잡지 모델로 데뷔한 후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펼쳤다. 2012년 방영한 SBS 드라마 '유령'과 2014년 영화 '제보자'를 통해 연기자로 주목 받았다. 2015년 MBC '내 딸, 금사월'에서 제대로 포텐을 터뜨렸고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를 연기하면서 '송하윤'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시청자들에게 완벽하게 각인시켰다. 이는 긴 시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그녀를 만나봤다.

Q. 이번에 연기한 백설희 캐릭터에 대해서 애정이 많은 것 같다. 백설희와 본인의 비슷했던 점이 많아서 그랬던 건가?

A. 비슷한 부분이 있다. 처음부터 설희가 가깝게 다가왔다. 이 역할을 너무 하고 싶어서 마음적으로 집착도 많이 했다. 감독님, 작가님 만나서도 굉장히 설희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Q.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A. 설희 성격은 한 단어로 정의내릴 수 없다. 아이 같은데 누구보다도 넓은 마음을 가졌고, 어리바리한데 똑순이다. 그런 2%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지켜주고 싶고 아껴주고 싶었다.

Q. 왜 그렇게 하고 싶었나?

A. 일단은 설희 캐릭터를 읽기 전에 시놉을 봤는데 '쌈 마이웨이' 드라마가 가진 전체 느낌이 정말 좋았다. 읽는 내내 희망이 생겼다. 그 안에 있는 설희를 만나고 나서는 조금 다른 세상이었다.

Q. 오월이에서 설희로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기분이 어떤가?

A. 설희 연기를 할 때 밖에서 무언가 시끌벅적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안 썼다. 이 작품 뿐 아니라 다른 작품을 할 때도 그렇다. 드라마를 하면서 해당 역할로 살고 있는데 외부 환경의 이야기를 들으면 흔들리더라. 악플을 만나면 잘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들고 들어가지 않아야 할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칭찬을 많이 들으면 그것만큼 편해지거나 풀어지는 위험성이 있다. 최대한 감독님과 수정작업을 하면서 몰입하고 상대 배우랑 의논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크게 신경을 안 썼다.



Q. 연기경력이 15년이나 된다. 캐릭터나 작품이 끝나면 빠져나오는 편인가?

A. 나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근데 설희는 시간이 안 걸릴 것 같다. 오월이 했을 때는 나오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설희는 32살 송하윤의 시간의 일부분인 느낌이 든다. 과거 이야기하듯이 그냥 나의 시간을 살았던 것 같다. 이 작품 끝나고 이렇게 연기할 수 있구나 싶더라. 다음 작품을 만나는 마음도 좀 바뀔 것 같다.

Q. 아쉬운 장면을 꼽자면?

A. 매 장면이 아쉬웠다. '나는 왜 연기를 이렇게밖에 못하지' 싶은 것이 많았다. 자책도 많이 하고 대본도 보고 안재홍 배우랑 대화도 하고 그랬는데 중후반부터는 그게 답이 아니더라. 안재홍 배우랑 서로 눈을 보는 게 중요했고 서로 교감하는 게 훨씬 중요하더라. 그걸 더 느꼈다. 우리의 감정선이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조금이라도 잘 못 표현되면 안 됐다.

Q. 설희에게는 다이내믹한 감정선이 많았다. 나는 엄마가 금두꺼비 줄 때 가장 뭉클했다. 송하윤이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A. 엄마랑 연기했던 부분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엄마가 문자로 돌 잔치 갔다가 주만이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가 지우는 그 장면은 대본을 보다가 그냥 덮었다. 너무 많이 울었다. 주만이랑 헤어진 것을 엄마가 알았을 때 '이제는 너 위해서 살아라'고 하는데 그날도 선배랑 나랑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나서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났다.

Q. 안재홍 씨랑 호흡은 어땠나?

A. 현장이 정말 다 좋았다. 애라(김지원)랑 동만이(박서준)는 소꿉친구라서 현장에서도 어려운 것 없이 편하게 친구처럼 했다. 하지만 예진(표예진)이랑 재홍이를 대하는 마음은 조금 달랐다. 어려웠고 편했다. 그 두 가지 감정으로 인해 긴장감이 흘렀던 것 같다. 끝나고 포상휴가로 제주도 가서 재밌게 놀았다.

Q. 이 작품을 본인의 연기 인생에서 키워드로 정의내리자면?

A. 각 나이 때마다 생기는 고민이 있다. 32살에 '쌈 마이웨이'를 만났는데 정말 좋은 16권의 책을 읽은 느낌이 들었다. 읽으면서도 위로도 됐고, 힘도 됐다. 용기가 생겼다. 내가 읽은 이 느낌을 반드시 전해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 촬영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 스텝들의 소음이 좋았다. 웃음도 많았고 즐거웠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서 촬영한 적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