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명작 중 하나인 뮤지컬 '캣츠'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아시아에서 한국 최초로 선보이는 새로운 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 1981년 초연 이후 전 세계 30개 국가에서 9,000회 이상 공연, 7,3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며, 국내에서도 지난 2003년 초연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작품이다.
일 년 중 가장 특별한 밤, 젤리클 고양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이 젤리클 고양이임을 경축하며 벌어지는 내용을 담았다. 1막은 다양한 고양이들이 무대에 올라 자신들에게 총 세 개의 이름이 있다는 것을 말하며 시작된다. 무대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고양이로 분장한 배우들의 움직임이다. 마치 실제 고양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섬세한 묘사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그리고 자신을 쓰다듬어 달라는 고양이부터, 관객들의 물건을 대놓고 가져가는 악동 고양이까지 다양하다.
'캣츠'는 객석이 곧 무대다. 객석을 통해 고양이가 입, 퇴장하고 스토리가 펼쳐진다. 배우와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좋은 장점이다. 볼거리가 무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객석에서도 일어나기 때문에 볼거리가 풍성하다.
앞선 버전과 비교했을 때 이번 내한 공연에서 달라진 점은 젤리클 고양이의 비주얼이다. 고양이의 개성을 살린 의상과 메이크업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캣츠'의 대표 캐릭터인 그리자벨라는 길고 부드러운 결의 가발과 눈매를 강조한 신비로운 메이크업을 했다. 과거 화려했던 시절의 모습도 살짝 보인다.
이번 공연을 위해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를 비롯해 세계무대에서 30년 이상 '캣츠'를 지휘해온 크리에이티브 팀이 오디션을 통해 직접 선발한 배우들의 기량을 주목할 만하다. 영국, 미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5개월에 걸쳐 진행한 치열한 오디션에서 뽑힌 이들은 무대에서 자신들이 가진 끼와 재능을 폭발시킨다.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대표적인 뮤지컬 '캣츠'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세대의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국립극장의 단층이 낮아 무대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양이와의 많은 교감을 원한다면 젤리클 고양이들이 오가는 동선에 위치한 젤리클석을 추천한다. 오는 9월 10일까지 국립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