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는 못말려' 감독 "짱구는 일본서도 아이에게 보여주기 싫은 영화 1위"

입력 2017-07-17 16:41


일본판 인기 애니메이션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습격!!외계인 덩덩이'가 오는 20일 국내 개봉한다.

개봉에 앞서 이 작품을 연출한 일본의 하시모토 마사카즈 감독(42)이 17일 내한했다.

이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하시모토 감독은 "짱구는 제게 히어로와 같은 캐릭터"라며 "짱구는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모든 사람이 해줬으면 하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내가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짱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짱구'는 일본의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국민적 캐릭터다. 국내에서도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시모토 감독은 성인들이 짱구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어른이 돼서도 자유롭고 멋대로 살 수 없는데, 짱구는 자유분방하고 멋대로 사는 캐릭터여서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일각에서는 말을 듣지 않는 짱구 모습 때문에 어린이에게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짱구'는 일본에서도 '부모가 아이에게 보여주기 싫은 영화 1위'로 꼽히기도 했죠. 하지만 부모가 보여주고 싶은 것과 아이들이 보고 싶은 것은 다릅니다. 어른들이 생각하기에 저질스럽고, 유치할지 모르지만, 예의 바르고 말 잘 듣는 모습은 진짜 아이의 모습이 아닙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아이일 뿐이죠. 저는 활동적이면서도 때로는 해서는 안 되는 일도 하는,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하시모토 감독은 신작에 대해 "변함없이 바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짱구답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래도 25주년을 그냥 넘기기 서운해 24편의 전작들에서 나왔던 캐릭터들을 조금씩 삽입했다"고 소개했다.

극 중 덩덩이를 보면 '학원에 다니거나 뭔가 바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질문에 "일본 역시 교육열이 높아 이를 의식하고 반영해서 만들었다"면서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 생각하는 시간이 중요하다. 부모가 생각하는 자유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유 시간, 혼자 상상하고 공상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시모토 감독은 한국어 더빙판에 대해 "영화 속 목소리와 연기가 일본판과 매우 닮았다"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도 비슷해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