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윔블던 최다우승 ‘소박했던 노장의 해피엔딩’

입력 2017-07-17 14:47
▲페더러, 윔블던 우승컵에 입맞춤. (사진=로저 페더러 페이스북)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6·스위스)가 윔블던 남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다.

페더러는 1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벌어진 ‘2017 윔블던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서 마린 칠리치(29·크로아티아)를 3-0(6-3 6-1 6-4)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윔블던에서만 통산 8번째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페더러는 피트 샘프러스(미국), 윌리엄 렌셔(영국)가 보유했던 윔블던 남자단식 최다 우승(7회)을 넘어 독보적인 1인자에 등극했다. 프로 선수의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남자단식 최고령 우승자이기도 하다.

페더러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감격에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2001년 윔블던 남자단식 데뷔전을 떠올렸다. 당시 16강전에서 그가 존경하던 샘프러스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물리쳤다. 하지만 8강전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패하고 말았다.

이후 패배를 보약삼아 라켓을 더욱 힘차게 휘둘렀다.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줄이며 매년 실력이 급상승했다. 그리고 2003년 윔블던 남자단식 첫 정상에 등극하며 ‘페더러 시대’를 열었다.

페더러는 "2001년 윔블던에 처음 나섰을 때 결승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했다. 단 한 번의 우승이 간절했다.”면서 “8번이나 윔블던을 제패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난 3살 때부터 엄청난 재능을 보인 테니스 천재가 아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부모나 코치의 막대한 지원을 받지 않았던 평범한 아이였다. 스위스 바젤에서 테니스를 하며 투어 대회 경력을 쌓길 바랐다. 소박하게 꿈꿨고 꾸준히 정진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나를 유명하게 해준) 윔블던 대회를 사랑한다”며 “많은 대회를 나가지 않아 시간이 남는다. 파트타임 선수로 느껴지지만 기분이 좋다. 여유로운 삶을 즐기면서 내가 사랑하는 테니스도 열심히 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윔블던 여자 단식에서는 가르비녜 무구루사(15위·스페인)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무구루사는 16일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여자단식 결승서 ‘테니스 여제’ 비너스 윌리엄스를 2-0(7-5 6-0)으로 완파하고 사상 첫 윔블던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 무대는 지난해 프랑스오픈에 개인 통산 두 번째다.

이날 승리로 무구루사는 1994년 콘치타 마르티네스 이후 23년 만에 윔블던 여자단식을 제패한 스페인 선수가 됐다. 마르티네스가 무구루사의 코치를 맡아 감격이 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