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격과 방어, oil on canvas, 162.2 ⅹ 130.3 (2013)>
대중에게는 인디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조까를로스'로 더 익숙한 조문기. 그의 본업은 화가이고 밴드는 취미로 시작한 일이다. 그는 2006년 '이발소 맥주 달력'을 시작으로 2013년 '와해의 계절', 그 후속 전시인 2014년 '와해의 기원'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그 외에도 2013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이것이 대중 미술이다', 2017년 'Rooms for Art' 등 다수의 전시회에 참여한 바 있다. 최근 작가 조문기는 작가 알렉스 베르하스트와 함께하는 '기묘 가족: 가장의 부재' 2인전에 초대됐다. 이 두 작가는 서로 이상하리만치 닮았다. 그들은 각기 다른 매개를 통해 갈등의 근원으로서 가족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작가 조문기는 가족 간에 느껴지는 모호한 애증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는 가족을 '업보'에 비유했다. 선택할 권리 없이 이미 정해진 운명이기에 부모자식 간에는 원망도, 아픔도 예약돼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야기가 가장 잘 보이는 작품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 '상주와 함께'이다.
가장의 죽음을 추모하는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가족의 다툼을 그린 '상주와 함께'는 '가족은 서로 사랑한다'는 명제가 허상이라는 냉소를 던진다. 유산을 두고 싸우는 듯한 가족과 이를 말리는 가족. 조문기의 그림 속 장례식장은 가장의 존재로 겨우 억눌러온 가족 간의 불화와 욕심이 그의 죽음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터져 나오는 공간이다. 이 작품은 이번 전시의 부제인 "가장의 부재"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앙에 벌어진 한바탕 소동과 조금 떨어진 곳엔 가족들이 그러든 말든 방관하는 집안 어른과 무심하게 아이를 안고 나가는 어른, 스마트폰 속 자기 세계 외엔 무관심해 보이는 여자 아이가 보인다.
<사진=상주와 함께, oil & acrylic on canvas, 112.1 x 193.9 (2014)>
작품의 구도에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떠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작가 조문기는 가족의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희화화하는 데에, 가장 성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성화'의 구도를 차용했다. 작가가 종교적인 성화의 구도를 차용한 흔적은 다른 작품에서도 흥미롭게 발견된다. 가족과 종교, 두 소재는 한국 사회에서 건드리기 쉽지 않은 성역이다. 공격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전시가 시작되자마자 조문기 작가의 대표작 '상주와 함께'는 이번 전시 작품의 최고가를 기록하며 한 수집가에게 판매되었다. 구매자는 유명 남성지 '맥심'의 발행인인 유승민 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대물림, oil & acrylic on canvas, 145.5 x 112.1 (2014)>
조문기의 작품은 인간관계의 원형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어로 '폭력'을 제시한다. 작가는 기성 가족주의의 모순에 의문 섞인 시선을 던지며 가족 간의 사랑이 일종의 강제된 이데올로기에 지나지 않음을 밝힌다.
<사진=공격과 방어, oil on canvas, 130.3 x 162.2 (2013)>
<사진=은혜, acrylic on canvas, 97 ⅹ 162.2 (2014)>
하반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 몸싸움을 벌이는 두 남자 옆에서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돌리는 소녀. 이 작품에 작가는 '은혜'라는 역설적인 제목을 달았다.
조문기 작가의 최신작 '이른 아침의 피에타'에는 야한 옷을 입고 짐을 싸서 가출하려는 어린 딸,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아버지, 쟁반을 들고 선 어머니, 쓰러지는 아들을 받치는 조모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가 보인다. 손에 핸드폰을 들고 웅크린 딸은 쓰러지는 남자의 가운 밑으로 보이는 다리사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이 설정에 작가는 작품 '상주와 함께'와 마찬가지로 성화의 구도를 차용하고 있다.
<사진=이른 아침의 피에타, acrylic on canvas, 145.5 ⅹ 89.4 (2017)>
작가 조문기의 그림은 성스러운 종교화의 구도를 위트있게 동원해 가족주의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조문기와 알렉스 베르하르트 초대전인 '기묘가족'전은 150년 역사의 세계적인 고미술 갤러리인 바라캇 서울(삼청동)에서 8월 6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