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전날보다 11.41% 떨어진 36만1,0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부터 주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장마감까지 한 시간 만에 9,000억원 넘게 하락했습니다.
출시를 하루 앞둔 모바일 기대작 '리니지M'이 거래소 시스템 없이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겁니다.
엔씨소프트가 거래소 기능 없이 게임을 출시하기로 한 것은 등급분류 문제 때문입니다. 거래소는 모바일 게임 내 아이템을 이용자끼리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19일 "환금성 있는 게임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는 사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같은 기능이 적용된 게임은 청소년 이용불가"라는 판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출시 직전까지 19세 이하를 포함하는 전 연령대로부터 사전예약을 받았다"며 "거래소 시스템을 살리고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을 경우 사전예약 고객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거래소를 배제하고) 12세 연령가로 게임을 우선 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거래소 기능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심사 이후인 다음달 5일 경 도입할 계획이라고 NC소프트는 덧붙였습니다.
내부에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기습적인 등급분류 강화 정책에 시범 케이스로 걸린 셈"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엔씨소프트의 대응이 오히려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엔씨소프트는 2년여에 걸친 개발 기간 동안 게임위에 등급분류 문의 없이 리니지M을 12세 연령가로 자체 판단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게임위 등급분류 기준 내 '사행성' 부문을 엔씨소프트가 제대로 인지하지 않은 데다, 거래소 사태가 이슈화된 뒤 회사가 대응에 나선 시점도 늦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 결과 엔씨소프트가 게임위에 거래소 이슈를 직접 질의한 것은 출시 1주일이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초기에 거래소 기능을 배제한 선택도 결과적으로는 경영진의 패착이 됐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리니지M에 대해 19세 미만의 이용자층이 적은 PC온라인게임 리니지가 원작으로 '청불' 등급을 받는다고 해도 매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해왔습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엔씨소프트가 지금과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출시일에 맞춰 거래소를 포함한 청불 등급으로 리니지M을 우선 출시하고, 추후 이를 보완한 12세 연령가 게임을 내놓았다면 출시 전 주가 쇼크는 피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경쟁사의 경우 모바일RPG '데스티니차일드'를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우선 출시하고, 이후 12세 연령가 버전인 '데스티니차일드T'를 내놓아 이용층을 넓힌 전례도 있습니다.
장마감 후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배재현 부사장의 보유주식 전량 매도 공시는 이후 주가 흐름에 또다른 악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배 부사장은 보유주식 8,000주를 지난 13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40만6,000원과 41만8,087원에 모두 처분했습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배 부사장의 주식 매도는 적법 절차를 거쳐 승인된 것"이라며 "경영진의 주식 매도와 리니지M의 거래소 이슈는 전혀 관련 없는 별도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최대 프로젝트 공개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는 경영진의 주식 매도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모럴 해저드' 논란까지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