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달의 4075RPM 스트로크, 프랑스오픈 10회 우승 달성

입력 2017-06-14 09:20
▲ 라파엘 나달이 스탄 바브린카와의 결승전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사진 = 롤랑가로스)

나달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결승전이 싱겁게 끝날 줄은 몰랐다. 그만큼 라파엘 나달의 전성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포핸드 스트로크의 위력에서 스탄 바브린카도 빼놓을 수 없는 실력자였지만 라파엘 나달의 그것과는 비교하기 곤란했다. 클레이코트의 제왕이 다시 우뚝 일어서는 순간이었다. 나달의 언어인 스페인어로 통산 10회 우승을 의미하는 '라 데시마(La Decima) 역사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라파엘 나달(스페인, 4번 시드)이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후 10시 18분 파리에 있는 스타드 롤랑가로스 필립 샤틀리에 코트에서 벌어진 2017 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스탄 바브린카(스위스, 3번 시드)와의 결승전에서 3-0(6-2, 6-3, 6-1)으로 완승을 거두고 이 대회 통산 10회 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으로는 보기 드물게 2시간 5분만에 끝나버린 라파엘 나달의 완승이었다.

왼손잡이 실력자 라파엘 나달은 첫 세트 여섯 번째 게임에서 보는 이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드는 스트로크 실력을 보여주었다. 스탄 바브린카의 백핸드 크로스를 받아서 포핸드 다운 더 라인을 뿌릴 때 공의 회전 속도가 무려 4075RPM(분당 회전수)으로 찍혔다. 웬만한 남자 선수의 톱 스핀 회전수가 3000RPM을 넘기도 힘든 것을 감안하면 라파엘 나달의 스트로크 속도와 회전수는 그야말로 스탄 바브린카가 받아넘길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귀중한 브레이크 포인트를 따낸 라파엘 나달은 첫 세트를 6-2로 가볍게 끝냈다. 그는 두 번째 세트에서도 초반 기세를 끌어올렸다. 스탄 바브린카의 서브 게임에서 라파엘 나달의 받아치기는 너무나 완벽해서 서버 바브린카가 단 1개의 포인트도 따내지 못하는 러브 게임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결승전 시작 후 1시간도 안 되어서 라파엘 나달의 우승 전망이 확실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첫 세트와 똑같이 45분만에 두 번째 세트를 따낸 라파엘 나달은 세 번째 세트를 더욱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스탄 바브린카가 서브를 넣으며 시작한 세 번째 세트 첫 게임에서도 나달은 세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만들어냈고 자신감 넘치는 포핸드 역크로스로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클레이 코트에서 놀라운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아예 돌아서서 마음껏 때리는 포핸드 스트로크의 기술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세트 5-1로 라파엘 나달이 앞선 상태에서 바브린카가 서브권을 쥐고 있었지만 역시 거기서도 2개의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라파엘 나달은 위력적인 포핸드 크로스로 스탄 바브린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공을 급하게 발리로 처리한 바브린카는 네트를 넘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반대쪽 코트에서 우승을 확인한 라파엘 나달은 붉은색의 앙투카 코트에 그대로 드러누워 통산 10회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올해 열린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준우승하면서 부활한 라파엘 나달이 가장 익숙한 파리의 필립 샤틀리에 코트를 다시 평정한 날이었다. 라파엘 나달의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 숫자는 이로써 15개로 늘었다.

▲ 코트 바닥에 드러누워 통산 10회 우승의 기쁨을 누린 라파엘 나달(사진 = 롤랑가로스)
2017 프랑스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 결과(11일 오후 10시 18분, 필립 샤틀리에 코트, 파리)

★ 라파엘 나달 3-0(6-2, 6-3, 6-1) 스탄 바브린카
- 소요 시간 : 2시간 5분

◇ 라파엘 나달의 그랜드 슬램 타이틀(통산 15회) 기록
호주 오픈 1회 우승 : 2009년
프랑스 오픈 10회 우승 : 2005년, 2006년, 2007년, 2008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2017년
윔블던 2회 우승 : 2008년, 2010년
US 오픈 2회 우승 : 2010년, 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