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추리의 여왕’ 최강희, 그의 연기가 깊어진 이유

입력 2017-06-05 11:00



배우 최강희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색다른 매력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며 우리 곁에 친근하게 돌아왔다. ?

색다른 생활밀착형 추리스타일로 쫀쫀한 재미를 선사했던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이 지난달 25일 종영했다. ?

“좋은 분들과 작품을 해서 너무 행복해요. 또 앞으로 다른 작품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서 기분 좋게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추리의 여왕’을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

‘추리의 여왕’은 생활밀착형 추리퀸 설옥(최강희 분)과 하드보일드 베테랑 형사 완승(권상우 분)이 환상의 공조 파트너로 거듭나 범죄로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까지 풀어내는 휴먼 추리드라마다. 기존의 선보이던 추리물과 다른 신선함을 자아내 호평을 받았다.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전개가 이어질 것이라는 추리 수사물을 향한 선입견과 기존의 어렵게 꼬아놓은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 화면 속의 단서들을 통해 시청자들이 함께 따라갈 수 있는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추리와 액션, 코믹, 멜로, 휴머니즘의 조화를 적절하게 어우르면서 쫄깃함을 더했다. ?

“‘추리의 여왕’을 하면서 그냥 재밌었어요. 사실 시청자들이 ‘왜 궁금해 하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최강희가 연기한 설옥은 추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주부탐정이다. 조작된 살인 사건으로 부모님을 여의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기존에 최강희가 보여줬던 어떤 캐릭터보다도 인상적이었다. ?

“설옥이라는 아이를 만나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 너무 행복했어요. 아줌마 역할은 나이도 있으니까 소화는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그 느낌은 잘 모르겠더라고요. 시집 가야할 나이인데, 원래 생각이 없었는데 2013년도에 큰 전환점이 있었고, 우울증도 겪고, 지금은 치유가 됐어요. 좋은 가정을 보면서 마음이 열렸어요. ‘추리의 여왕’ 하면서 결혼을 하면 빨리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열어 놓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상형은 저를 있는 모습을 그대로 좋아해 줄 수 있는 사람이요.” ?




‘여자 셜록’을 예고했던 최강희는 제몫을 다했다. 경찰의 꿈을 놓지 않고 수년간 쌓아온 방대한 범죄 지식에 손때 묻은 생활의 지혜를 활용해, 아주 사소한 단서에서부터 시작되는 생활밀착형 추리 스타일을 선보이는 설옥의 옷을 완벽히 입은 그는 일상성에서 주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추리의 여왕’으로 활약했다. ?

“사실 이해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대본상 설옥은 범인을 추리를 하면서 하는 거잖아요. 근데 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어보면서 공부했어요. 저는 감성에 강해요.” ?

최강희와 권상우의 주인공 조합은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두 번째 만님이었기 때문. 두 사람은 지난 2001년 SBS 드라마 ‘신화’에서 이미 함께 연기한 적이 있다. 당시 풋풋한 신인배우였던 권상우와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던 최강희는 16년 만에 ‘추리의 여왕’을 통해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

“그동안 함께 연기했던 상대남자배우들은 제가 편하게 해주고 싶었던 분들이었다면 상우 씨는 저를 편하게 해주신 분이에요. 진짜 덕을 많이 봤어요. 촬영 하면서 아이디어는 많이 내셨어요. 머리도 좋고, 웃기시더라고요. 두 가지가 가능한 분이었어요. 저와 상우 씨가 유머감이 다르지는 않은 것 같더라고요.” ?

‘추리의 여왕’은 무거운 장르물과 달리 설옥과 완승이 코믹을 가미한 추리호흡으로 시청자들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또한 보통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이 러브라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추리의 여왕’도 설옥과 완승의 관계가 결국엔 로맨스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있었는데 ‘추리의 여왕’은 최강희와 권상우의 케미를 앞세웠다. ?

“이성적인 느낌보다 동창을 만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 못 했는데, 어느 순간 그런 느낌이 왔어요. 둘 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몸으로 연기하는 스타일인 갓 같아요. 막하는 스타일, 무식한 스타일,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아요. 너무 편했어요.” ?




최강희는 ‘강블리’라는 애칭이 붙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통통 튀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1995년 KBS ‘신세대 보고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 ‘학교’(1999), ‘행진’(2000), ‘맹가네 전성시대’(2002), ‘보스를 지켜라’(2011), ‘7급 공무원’(2013)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언제나 그의 캐릭터는 톰보이, 혹은 고난 속에도 당당하고 뚝심 있는 털털한 캔디였다.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나 ‘화려한 유혹’에서 농도 짙은 감성 연기를 펼치기도 했지만 워낙 로코물에 강한 이력이 있어 최강희에게는 ‘로코퀸’ 혹은 ‘강블리’의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최강희가 보여줬던 캐릭터의 매력을 집대성한 듯한 느낌이라 깊은 인상을 남겼다. ?

“그동안 많은 캐릭터로 열심히 살았어요. 이제는 제가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모든 역할이 고민하고 연기한 흔적은 있어요. ‘하트 투 하트’는 그냥 저예요. 어렵지 않고 좋았어요. ‘화려한 유혹’은 힘들었어요. ‘추리의 여왕’은 저에게 행운 같은 드라마예요. 우울증을 극복한 드라마죠. 나이를 먹어 가면서 ‘로코’만 할 수 있는 배우가 된다면 별로잖아요. 넓어지고 싶어요. 내가 좋아하는 취향보다, 다양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최강희와 권상우는 시즌2로 돌아올까. 마지막 회에서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엔딩으로 애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하재호(장광 분)의 죄를 밝히고 사건을 마무리한 설옥과 완승은 각각 순경 시험을 준비하고 경찰에 복직했다. 그런데 엔딩은 시즌2를 암시하는 듯했다. 설옥과 완승은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하러 나서며 “아직 사건이 끝나지 않은 거네요?”라며 앞으로도 공조를 계속할 것을 예고했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완승의 전 연인 서현수(이시원 분)가 살아 돌아왔다. 최강희와 권상우가 시즌2로 돌아올지 기대가 쏠린다. ?

“시즌2는 한다고 하면 할 거예요. 저희는 출연하기로 손가락 약속을 했어요. 설옥은 이혼을 안 하고 따로 독립해서 경찰공무원 준비하는 걸로 끝났으니까, 뭔가 채웠으면 해요. 뭐래도 추가 됐으면 좋겠어요. ?

어느 덧 데뷔 22년 차. 시간이 흐르며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는 이해심도 커지는 순간, 최강희의 마음도 풍요로워졌다. 그는 매 작품마다 의미를 부여했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역할을 갈망하고 있다. ?

“연예계에서 듣고 싶은 타이틀은 없어요. 현장이나 어떤 자리에서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사람,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예 반항적인 캐릭터를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사극도 안 해봤어요. 예전에는 제가 안 했는데, 지금은 안 할 이유가 없어요. 다음 작품을 잘 고를게요. 겁내지 않고,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