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8강 좌절' 신태용호, 더 영리하고 지독한 팀이 이긴다

입력 2017-06-01 11:06
▲ 한국 U-20 월드컵대표팀이 16강전에서 포르투갈에 완패했다.(사진 = 대한축구협회)

이 경기보다 먼저 대전에서 끝난 16강 첫 경기도 그랬다. 야심차게 도전한 일본이 점유율 면에서 53:47로 베네수엘라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지만 결과는 연장전에 결승골(108분, 에레라)을 얻어맞고 0-1로 무릎을 꿇었다.

공교롭게도 두 번째 16강전에서 한국도 점유율 52:48로 포르투갈에게 결코 밀리지 않았지만 점수판은 너무나 큰 경기력 차이를 말해줬다. 이처럼 축구의 토너먼트는 더 영리하고 지독한 팀이 이기는 법을 깨달아야 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20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지난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16강전에서 1-3으로 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조별리그 먼저 열린 두 경기에서 워낙 신나는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큰 기대를 모았기에 16강전 패배 결과는 선수들에게 더욱 쓰라리게 느껴졌다. 만약에 포르투갈을 잡고 8강에 올랐다면 대회 직전 평가전(5월 11일, 청주)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둔 바 있는 우루과이를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A대표가 뛰는 월드컵에 이어 U-20 월드컵에서도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 너무나 아쉽게 사라진 것 같다.

4-4-2 포메이션을 내밀고 과감하게 공격 주문을 넣은 신태용호의 전반전은 마음과는 다르게 단 1개의 유효슛도 날리지 못했다. 심각할 정도로 답답했던 공격은 후반전 중반이 지나서야 겨우 유효슛을 기록할 정도로 풀리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의 변화 주문이 우리 선수들에게는 주입됐지만 이를 상대하는 포르투갈에게 먹혀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경기 멀티 골(9분, 69분)을 기록하며 8강행 최고의 활약을 펼친 공격형 미드필더 샤다스는 종료 후 언론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한국의 변화를 예상했고 거기에 대비해 훈련한 것이 원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한 마디로도 포르투갈이 한국을 얼마나 제대로 분석하고 대응했는가를 알 수가 있다.

한국보다 휴식 날짜가 하루 적었지만 포르투갈 선수들의 효율적인 압박 수비 전술은 한국의 에이스 이승우와 백승호를 꽁꽁 묶었다. 지칠 줄 모르는 막내 골잡이 조영욱이 폭 넓게 움직이며 분전했지만 하승운과 나란히 뛴 투톱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의 첫 유효슛을 이승우가 72분에 기록한 것과는 달리 포르투갈은 경기 시작 후 9분만에 왼쪽 측면 역습과정을 통해 샤다스가 왼발 선취골을 차 넣었다. 중원이 허술한 한국의 4-4-2 포메이션 맹점이 제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27분에도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상대의 위험인물을 놓쳐 추가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오른쪽 역습 크로스가 한국 수비수 윤종규 등에 맞고 흐른 것을 브루누 코스타가 달려들며 재치있는 오른발 바운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전반전에만 비슷한 패턴으로 내리 두 골을 얻어맞은 한국은 후반전 초반 선수교체를 통해 4-3-3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주는 결단을 내렸지만 이미 포르투갈이 한국의 장단점을 다 파악한 뒤라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69분에 샤다스의 왼발 드리블에 한국 수비수 두 명이 차례로 떨어져나가며 허무하게 왼발 대각선슛으로 쐐기골까지 내준 순간은 너무나 참담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모처럼 개최국 자격으로 야심차게 도전한 U-20 월드컵이었기에 후반전 중반 이후까지 0-3이라는 점수판은 도저히 그냥 쳐다볼 수 없는 숫자였다. 81분에 후반전 교체선수 두 명이 만회골(이상헌 골, 우찬양 도움)을 합작하기는 했지만 남아있는 시간도 그렇고 포르투갈의 임기응변 능력도 그렇고 그 이상을 기대하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인정하기 싫지만 포르투갈이 모든 면에서 한국을 압도했다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상대가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를 예상했고 그에 따라 팀 컬러를 조별리그와 다르게 준비한 포르투갈이 더 영리하고 지독한 승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FIFA U-20 월드컵 16강 결과(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

★ 한국 1-3 포르투갈 [득점 : 이상헌(81분,도움-우찬양) / 샤다스(9분, 도움-히베이루), 브루누 코스타(27분), 샤다스(69분)]

◎ 한국 선수들
FW : 하승운(56분↔이상헌), 조영욱
MF : 이승우, 이진현, 이승모, 백승호(82분↔이정문)
DF : 윤종규, 이상민, 정태욱, 이유현(54분↔우찬양)
GK : 송범근

★ 베네수엘라 1-0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