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 “현대백화점 입점해주세요“ 외친 중소상인

입력 2017-05-26 11:50
중소상인들은 대체로 대기업의 쇼핑몰 입점에 반대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오히려 중소상인들이 현대백화점 본사 앞을 찾아가 “입점해 달라”고 요구한 것.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가든파이브 상권을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롯데는 서울 마포구 디지털미디어 시티역 인근에 복합쇼핑몰을 완공하려 했지만 수년째 첫 삽도 제대로 못 뜨고 있다. 지역상인들 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 신세계 측도 건설에 빨간불이 켜지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신세계는 부천시에 관광·쇼핑단지를 매입할 계획이었지만 상인과 정치권 등의 반대에 부딪혀 토지매매 계약을 연기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복합 쇼핑몰 추가 유치는 멀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대백화점에는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일까?

'유령상가' 가든파이브 상인들 거리로 내몰려

2010년 문을 연 문정동 가든파이브는 높은 공실률과 침체된 상권으로 7년 여간 ‘유령상가’라는 오명에 시달렸다. 손님의 발길이 끊긴지는 오래.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상권과 삶의 터전을 잃고 가든파이브로 옮겨온 상인들은 최악의 공실률로 큰 빚을 떠안는 등 또 한 번 피눈물을 흘려야했다.

[사진] 리빙관 2층 신발상가가 텅 비어 있다. 가든파이브는 7년여간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다.

가든파이브 상인들은 대형유통 3사에 매달렸다. 신세계, 롯데, 현대 중 한군데만이라도 가든파이브에 입점해 상권을 살려주길 간절히 바란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와 롯데는 관심이 없었다. 남은 건 현대뿐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입점 반대를 외쳤을 중소상인들은 현대백화점본사에 찾아가 “중소상인들을 도와 달라”며 ‘입점요구’를 하게 된 이유다.

모상종 가든파이브라이프 관리단대표위원회장은 "중소상인들이 마케팅 능력이 없고 유통환경변화에 대응을 못하다보니 큰 빚을 떠안고 결국 상가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며 ”현대시티몰로 개장을 앞두고 있으니 눈물이 날 거 같다“고 전했다. 고질적 적자로 인해 점포 임대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쫓겨난 사람들이 생각났을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의지로 희망도 생겼을 터.

모 회장은 “현대백화점이 가든파이브에 관심을 갖고 입점해줘 감사하다”고 거듭 전했다. 그리고 행복한 고민도 했다. 개장하는 오늘(26일) 2만 명의 고객이 한꺼번에 몰려올까 걱정된다는 것이다.

가든파이브 부활…'상생형 쇼핑몰'로 재탄생

현대백화점은 가든파이브 공간의 권리를 보유한 중소상인 250여명과 SH공사로부터 매장 공간을 임차해 ‘현대시티몰’을 열었다. 운영 수익으로 나오는 매출액의 4%는 임차료 명목으로 중소상인들과 SH공사가 공동 설립한 ㈜가든파이브라이프에 지급하기로 했다. 영업이 잘 되면 중소상인이 가져가는 임대료 명목의 수수료는 더욱 올라간다. 현대백화점과 중소상인 모두에게 ‘윈윈’인 상생전략이다.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은 “정확한 계약 사항은 대외비지만, 매출이 오를수록 임차료 지급비율 또한 늘어나는 구조”라며 “이익보단 지역상권 활성화와 중소상인(기존 영업 중인 상인 및 개별 소유자)과 상생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1990년대 호황기를 누리다 수도권에 아웃렛 매장이 여럿 등장하면서 발길이 끊겼던 문정동 로데오거리도 활성화한다. 현대백화점은 외벽과 내부에 있는 LCD 전광판에 문정동 로데오거리 홍보용 이미지를 띄우고, 지역 축제의 활성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온누리 상품권을 사은품으로 지급해 인근 지역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사진] 26일 개장한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 전경

1년 후 매출 목표 2200억…"동남권 대표 랜드마크로 키운다"

현대백화점은 지역 중소상인들과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을 서울 동남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측이 밝힌 시티몰의 1년간 매출 목표액은 2200억 원이다. 현대백화점은 2019년까지 연매출 3000억 원 달성 목표를 세웠다.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은 기존 아울렛(Outlet)에 전문몰(Mall)이 결합된 형태의 쇼핑몰이다. 이월상품을 할인 가격에 판매하는 아울렛의 특성과 매 시즌 ‘신상’이 들어오는 몰의 이점을 함께 지닌다. 영업면적은 가든파이브 라이프동 리빙관(지하1층~4층)과 테크노관(지하1층~5층)등 4만8863㎡(약1만4781평) 규모다. 입점 브랜드는 총 360여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문정동 로데오거리, NC백화점 등 주변 상권과 최대한 겹치지 않는 브랜드 중심으로 구색을 갖췄다”고 했다.

현대백화점은 죽어가던 상권인 신도림 디큐브백화점, 동대문 케레스타빌딩을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으로 탈바꿈시켜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유령상가로 불렸단 가든파이브도 ‘현대의 마법'이 통할까? 상생의 모범사례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