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은행에 맡긴 돈이 올해 1분기(1∼3월) 대폭 줄었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예금은행의 총예금 1,242조 원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예금은 367조 원이고 가계 예금은 587조 원이다.
가계 예금은 석 달 동안 6조5천억원(1.1%) 늘었지만, 기업 예금은 같은 기간 15조9천억원(4.2%) 줄었다.
특히 기업 예금 감소액은 2006년 1분기(11조2,930억원)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
그동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 자금이 은행에 몰리면서 은행의 기업 예금은 2015년 26조7천억원 늘었고 작년 증가액은 6년 만에 최대인 35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기업 저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우려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기업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돈을 금융기관에 많이 쌓아두면 고용이나 투자를 통한 경제의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1분기 기업 예금의 급감은 최근 투자 증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 호조, 신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 등이 기업의 투자 심리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의 신규 시설 투자금액은 1조3,08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9% 늘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 대기업들이 그동안 쌓아둔 돈을 어느 정도 투자에 쓰면서 기업의 은행 예금이 줄었을 개연성이 있다"며 "여기에 기업들이 이자 수익을 위해 머니마켓펀드(MMF) 등 다른 상품으로 시선을 돌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