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의 경고그림이 강한 혐오감을 일으킬수록 흡연 욕구가 떨어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양유선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선임연구원의 '담뱃갑 경고그림의 혐오감이 미치는 영향:정서적 반응과 흡연 욕구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거주 성인 흡연자와 비흡연자 6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에 따른 질병으로 인한 신체 훼손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강한 혐오감 경고그림'에서 느끼는 주관적 혐오감은 5점 만점에 4.555점으로 매우 높았다.
또 질병으로 인한 증상이나 상황을 표현한 '낮은 혐오감 경고그림'에 대해 실험 참가자들이 매긴 주관적 혐오감 점수는 3.161점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험은 국내 담뱃갑 경고그림이 도입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 진행됐다.
실험에 사용된 경고그림은 '신체손상의 약한 혐오감 경고그림'을 제외하면 모두 세계 각국의 담뱃갑에 실제 사용되는 것들이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경고그림을 본 뒤 유의미한 수준으로 흡연 욕구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자의 경우 경고그림을 보기 전 흡연 욕구는 3.03점(5점 만점)이었지만, '강한 혐오감 경고그림'을 본 뒤에는 흡연 욕구가 1.33점으로 뚝 떨어졌다.
이는 비흡연자가 경고그림을 보기 전의 평소 흡연 욕구(1.35점)보다 낮은 상태다.
흡연자가 '약한 혐오감 경고그림'을 본 뒤의 흡연 욕구는 1.48점이었다.
비흡연자 역시 평소 흡연 욕구가 1.35점으로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강한 혐오감 경고그림'을 본 뒤 흡연 욕구는 1.13으로 더 떨어졌다.
보고서는 '강한 혐오감 경고그림'에서 흡연 욕구 감소 반응이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은 경고그림이 주는 혐오감이 정책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경고그림 개발을 위해 활용해야 할 장치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시행 중인 한국의 담뱃갑 경고그림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의 최소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경고그림을 확대하고 적절한 주기로 교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