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풍향계] 올 봄 SNS를 핑크로 물들인 '벚꽃버거·벚꽃스파클링' 탄생 비화

입력 2017-05-02 10:12
수정 2017-05-08 13:38
지난 봄 SNS를 뜨겁게 달군 편의점 PB(private brand)제품이 있다.

바로 GS25가 올 3월 말부터 벚꽃시즌을 겨냥해 지난주까지 판매했던 벚꽃향핑크버거와 벚꽃스파클링이 그 주인공이다.

벚꽃버거와 벚꽃스파클링은 그동안 볼 수 없던 비주얼과 품귀현상 덕에 SNS에서 포스팅이 올라올 때마다 화제가 됐고, 유튜브에선 먹방 크리에이터들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사진 = 벚꽃향핑크버거와 벚꽃스파클링 SNS화면 캡쳐)

인기는 매출로도 증명됐다.

벚꽃스파클링의 경우 지난 3월25일 출시 이후 2주 동안 50만 개 이상 판매되며 코카콜라 매출을 넘어섰고, 한 달도 안돼 8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벚꽃향핑크버거도 3월29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출시기간 동안 버거류 매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GS25는 지난해 3월 통합 PB(private brand) 브랜드 '유어스(YOU US)'를 선보이며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

벚꽃향핑크버거와 벚꽃 스파클링 외에도 미니언즈 우유, 디즈니 커피 등 수 많은 히트상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히트 상품이 출시되기까지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GS리테일 편의점 사업부 유영준, 김도경 MD(상품기획자)와 김진화 디자이너를 만나 그 탄생 비화에 대해 들어봤다.



(▲ 사진 =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유영준 FF(Fresh Food/햄버거, 샌드위치, 도시락 등)팀 MD(좌), 김도경 음용식품팀MD(가운데), 김진화 마케팅팀 디자이너(우))

◇ '분홍색 빵' 개발에만 두 달..'용기 개발'도 심혈



MD들은 일반적으로 소비자들보다 한 계절을 앞서 살아간다.

지난 1월, 봄을 앞두고 FF(Fresh Food/햄버거, 샌드위치, 도시락 등 기획)팀 MD들은 색다른 무엇인가를 시도하기로 했다.

음료나 과자, 우유 등은 패키지(포장)만 분홍색으로 바꿔도 '핑크 마케팅'이 가능하지만 프레시푸드의 경우 투명 포장을 많이 쓰기 때문에 봄 기분을 내기가 쉽지 않다.

분홍색의 작은 스티커 하나로 핑크마케팅을 하기에 한계가 있고 그렇다고 밥을 분홍색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유영준 MD는 시장조사를 하던 중 일본에 벚꽃버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마요네즈만 분홍색으로 만들어 벚꽃버거라고 이름 붙인 것이 고작이었다.

이런 정도로는 수준 높은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벚꽃버거로 이해시키기 힘들었다.

꽃잎 모양의 버거를 만들어 볼 생각으로 햄버거 빵(번)을 수입하기도 했지만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저렴한 버거를 내놓기엔 단가가 맞지 않았다.

유 MD는 빵을 벚꽃 색깔로 만들어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분홍색 빵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빵이 갈색인 이유는 겉부분이 타기 때문인데 분홍색 색소를 넣어도 굽는 과정이 포함돼 분홍색 빵이 나오지 않았다.

계속된 실패로 이번에는 찌는 방식을 시도했다.

밀가루는 익지만 빵은 갈색이 안되도록 저온에서 오랜시간 빵을 익히는 방식으로 바꾸니 분홍빛이 돌기 시작했다.

유영준 MD는 "수분과 밀가루, 색소의 농도와 굽는 시간을 계속 변형해 실험을 반복한 결과 두 달만에 최적의 색깔과 질감을 갖춘 번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벚꽃향핑크버거의 번은 일반 햄버거 빵보다 많은 수분을 포함하고 있어 약간 찐빵같은 질감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 패티도 벚꽃향핑크버거 전용으로 새롭게 만들었고 분홍색 마요네즈도 추가했다.



(▲사진 = 벚꽃향핑크버거)

버거 용기를 만드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대부분 버거 포장은 불투명 비닐이지만 어렵게 만든 분홍색 번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버거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투명하고 입체적인 용기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단용기에도 홈을 파고 돌기를 만들어 배송중에도 버거가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켰다.

버거를 꺼낸 후에도 모양을 유지하면서 손으로 잡고 먹을 수 있도록 버거 아랫부분만 감싸는 반투명 트레이도 추가했다.

유 MD는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는 가격차가 세 배 이상 나지만 벚꽃향핑크버거의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 과감히 선택했다"며 "그 때문에 편의점 판매 버거 중 가장 높은 가격대인 2,500원 선에 판매됐지만 기존 2,500원에 책정된 버거보다 기술력이 많이 들어간 제품"이라고 말했다.

벚꽃향버거는 벚꽃시즌 한정으로 판매됐지만 'L사의 불고기버거 맛이 난다'는 고객들의 긍정적인 평가가 있어 벚꽃향핑크버거에 포함됐던 패티와 일반 햄버거 번을 활용해 가격을 낮춘 버거도 새롭게 출시될 예정이다.

◇ "대중이 좋아할 만한 벚꽃음료를 찾아라"



벛꽃 스파클링은 벚꽃축제에서 콜라, 사이다나 커피처럼 늘 마셔왔던 음료 외에 벚꽃음료를 마시면 좋겠다는 김도경 MD의 생각에서 시작됐다.

김 MD는 우선 해외 시장을 살폈다.

최근 프랑스의 푸드 박람회에서는 플라워 탄산 음료가 소품종 출시됐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일본에는 벚꽃을 이용한 소주나 맥주, 케잌, 아이스크림 등이 출시됐지만 술을 제외한 일반 음료는 없는 상태였다.

김 MD는 알콜이 첨가되지 않는 음료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개발을 시작했다.

기존에 출시됐던 음료처럼 소비자들의 반응이나 매출을 체크하는 데이터조차 없어 결과를 예측이 힘든 리스크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제일 먼저 '벚꽃향'을 찾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그동안 존재하던 향이 아니기 때문에 아카시아향이나 딸기향 등 여러가지 향을 섞으면서 벚꽃향을 만들어냈다.

이후 롯데칠성음료의 밀키스와 비슷한 밀크타입의 베이스에 벚꽃 향을 더해 벚꽃향음료를 만들었지만 향이 너무 세 음료로 마시기에는 거부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사이다 베이스에 벚꽃 향을 최대한 낮춰 다시 샘플을 만들었지만 주변의 평가는 싸늘했다.

김도경 MD는 "어렵게 찾아낸 맛이라 저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샤워하다 샴푸가 조금 입에 들어갔을 때의 맛이라거나 벚꽃 향수를 마시는 느낌이라는 평가를 받아 충격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사진 = 벚꽃스파클링 / GS25 페이스북 화면 캡쳐)

그래서 이번에는 사이다 베이스에 대중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복숭아맛과 벚꽃 '향'이 아닌 벚꽃 '추출액'을 첨가했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바로 벚꽃시즌 코카콜라의 아성을 무너뜨린 벚꽃스파클링이다.

김 MD는 "벚꽃향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향' 아닌 추출액을 첨가했던 것이 신의 한수 였다"며 "그 덕에 제품 이름도 '벚꽃향스파클링'이 아닌'벚꽃스파클링'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의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르면 천연재료를 쓰지 않은 가공식품에 '맛'이라는 표현을 금지하고 '향'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캔의 디자인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처음 제조업체의 디자인은 딱딱한 느낌이 있었지만 김진화 디자이너의 감성이 캔에 투영됐다.

김진화 디자이너는 "감성적인 느낌을 담기 위해 글씨체를 손글씨로 바꾸면서 '신개념 감성음료'의 콘셉트에 맞는 제품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김 디자이너는 "요즘에는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단계부터 SNS의 반응을 염두해 둔다"며 "언제 어디서든 사진이 찍혀도 예쁘게 나올 수 있도록 제품을 디자인하면 소비자들이 스스로 바이럴 해주는 등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벚꽃 스파클링에 힘입어 GS25는 여름시즌을 겨냥해 장미추출액이 더해진 장미 레모네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 SNS 겨냥한 디자인 기획..캐릭터 활용한 오프라인 행사도 '풍성'



SNS에서 화제가 된 GS25의 제품은 벚꽃버거와 음료뿐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미니언즈 우유는 출시 8개월만에 1천만 병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기존의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들은 포장에 캐릭터를 그려넣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미니언즈 우유는 용기 자체가 캐릭터의 얼굴이어서 용기를 모으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제품은 2016년 라이센싱 어워즈에서 베스트 라이센싱상을 수상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라이센싱 어워즈는 라이센싱이 있는 캐릭터와의 협업을 통해 출시된 제품 중 아이디어가 좋고 판매량도 많은 제품에 수여하는 상으로 총 7개 수상작 중 국내 제품으로는 미니언즈 우유가 유일했다.



(▲사진= 인스타그램의 미니언즈 우유 포스팅 화면 캡쳐)

김진화 디자이너는 "일반적으로 캐릭터 작업을 할 때 기획자들의 선호도가 가장 많이 반영된다"며 "미니언즈의 경우 캐릭터가 단순하고 눈썹이나 입모양만 변형해도 미니언즈에 등장하는 각각의 캐릭터를 표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옷을 입히고, 벚꽃 시즌에도 벚꽃 옷을 입히는 등 시즌에 맞게 변형하기 좋은 캐릭터"라고 분석했다.

특히 매장에서 미니언즈 우유를 계산할 때 포스에 바코드를 찍으면 미니언즈 주제곡인 '뚜찌빠찌 송'이 나오는 이벤트가 더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GS25는 2015년부터 캐릭터 상품을 활용한 제품을 활발하게 출시할 뿐 아니라 관련 상품기획 초기 단계부터 오프라인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출시된 디즈니 커피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디즈니 캐릭터가 부착된 냉장고 자석을 증정해 기념품을 모으는 재미를 줬고, 최근 출시된 바바파파커피는 10잔을 마시면 인형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진화 디자이너는 "과거에는 키덜트 문화가 '일부' 어른들이 좋아하는 문화였지만 지금은 그 대상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추세"라며 "캐릭터 제품은 캐릭터를 모으는 재미가 있어 매출에도 긍정적일 뿐 아니라 소비자들 스스로가 SNS에 포스팅을 해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25는 앞으로도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오프라인 행사를 연계한 이벤트도 적극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