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 롯데, 결국 '사면초가'…"정부 요구 어느 기업이 듣겠나?"

입력 2017-04-19 16:37


<좌상단>

'토사구팽' 롯데, 기업 힘든 나라

<앵커>

중국의 사드 보복에 이어 '최순실 게이트'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까지 기소되면서, 현 정부와 롯데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정부 사업에 동참했던 기업이 '토사구팽'을 당하면서, 결국 경영과 사업 모든 면에서 '사면초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슬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하던 개를 삶아 먹는다는 뜻입니다.

지금 롯데와 현 정부의 관계를 단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진행된 롯데월드타워 개장식.

국내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새 랜드마크지만, 정부 고위 관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롯데 측은 개장행사에 대통령 권한대행과 장관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을 초청했지만, 모두 참석을 거부해 '롯데와의 선 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앞서 롯데는 사드 미사일 배치용 성주 부지를 정부에 제공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의 보복 타깃이 돼 중국 관련 사업에 큰 타격을 받으며 1조원대 매출 손실까지 감수해야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롯데는 "국익을 위한 것"이었다며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부 추진 사업재단에 기부금을 전달했던 롯데는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리며 결국 신동빈 회장의 기소라는 결말을 맞았습니다.

정부 사업에 동참했던 롯데를 두고, 이용당한 후 버려진다는 의미의 '토사구팽'이라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인터뷰] 재계 관계자

"정부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 기업 중 그것을 거절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요.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손해를 볼 확률이 너무 높아도, 어쩔수 없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 구조상 현실이고, 그것을 거절했을 때 어떤 불이익을 받을 지 난감한 상황이라…."

재계에서는 소비가 줄고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지금, 민관이 합쳐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하지만 정부와 롯데 관계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형국에서는 어느 기업도 앞으로 정부 요구에 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는 '기업 옥죄기'보다는 지원에 초점을 둔 정책을 펼쳐, 롯데 트라우마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