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편의점에서 현금결제를 한 후 거스름돈을 선불카드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업계에서는 혼선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20일인 내일부터 전국 5개 업체 2만3천여 매장에서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편의점에서 현금거래 후 생긴 잔돈을 교통카드의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사용가능 매장 카드마다 달라
문제는 매장마다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각기 다르다는 데 있다. 가령 전국 8,800여개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네이버페이포인트는 CU 매장에서는 이용할 수 없고, 전국 1만1,300여개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하나머니와 신한FAN머니는 세븐일레븐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결국 모든 편의점에서 카드로 거스름돈을 받으려면 소비자는 여러개의 선불카드를 이용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한국은행의 지난 조사에서 현금을 이용하는 사람은 주로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청소년이나 노인 및 경제 취약계층인 것으로 분석된 만큼, 이들이 매장에 맞는 적립수단을 알맞게 준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시범사업이다보니 선불카드 업체와 편의점 업체가 따로 붙어있다"며 "T머니 교통카드가 CU만 되고 있는데 세븐일레븐, 위드미와 업자가 제휴해서 어느 편의점에 가도 사용할 수 있게끔 각 사업자들이 사업을 확장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매장과 카드업자 사이에는 별도의 내부적인 계약거래가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가 다른 카드업자와 거래관계를 맺으려 하면 이미 제휴를 맺은 다른 카드업자들이 반발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이번 시범 사업에 뛰어든 하나머니(하나카드), 신한FAN머니(신한카드) 등 금융회사의 카드사들은 환급받은 돈을 계좌로 입금해주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환급받은 거스름돈을 선불카드 전용계좌나 카드포인트로 일단 적립한 뒤 고객이 원할 시 ATM으로 돌려받거나 자기 은행계좌로 이체할 수도 있게 된다. 이 경우에는 선불카드사를 이용하는 것 외에 은행계열사를 한번더 이용해야 하므로 추가 이체 수수료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재래시장·노점상 이용 한계
편의점으로 국한된 시범사업 대상도 고민이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현금을 주로 이용하는 곳은 노점상이 29.3%, 편의점 24.4%로 노점상이 더 많다. 하지만 선불카드 결제 단말기는 악용될 소지가 많아 현재 등록된 업체에 한정해서 이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때문에 노점상이나 재래시장에 단말기를 설치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에도 답을 내지 못하고는 있지만 큰 무리없이 적용되는 방법을 고민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법으로는 재래시장을 일정구역별로 나눠 단말기를 설치하는 방식 등인데 여전히 소비자 이용에 불편이 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동전없애기 민간에 맡긴 한은…흥행할까
한국은행은 이번 동전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으로 국민불편 완화와 화폐주조비용 절감을 꼽았다. 연간 600억원에 달하는 화폐주조비용 중 일부나마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금사용량이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사업자들이 이 사업에 대거 뛰어들 유인이 있을 것인가가 사업의 흥행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체 지급수단 이용액 가운데 현금의 비중은 13.6%에 불과해 54.8%인 신용카드나 16.2%인 체크카드, 15.2%인 계좌이체 방식에 비해서도 적다. 뿐만아니라 현금이용이 주로 노점상과 편의점 등에서 소액결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갈수록 전자지급수단이 고도화되면서 현금이용량은 앞으로 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민간사업자들이 사업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수익성은 그리 크지 않아보인다.
다만 서비스가 보편화돼 고객편의가 개선될 경우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고객확보와 연계사업으로의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오프라인 카드방식이 아닌 모바일 카드 방식이 도입되면 이용자 편의가 보다 개선될 수 있고, 은행의 경우 계좌연계 서비스를 통한 결제방식 일원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까지 사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용이 보편화되고 계좌입금 방식이 완전히 가능해져야 본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이용자들의 호응도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동전없는 사회를 코인리스소사이어티(Coinless society)라고 쓰는데 정확히 말하면 레스코인 소사이어티(Less coin society)"라며 "동전을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동전을 덜 쓰는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