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오설리반(사진=넥센 히어로즈)
현재로써는 답이 없는 투수임에 틀림없다.
올 시즌에 앞서 넥센 히어로즈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 달러가 넘는 금액(110만 달러)을 지불하고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팀 역사상 1호’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달게 된 인물은 외국인 투수 ‘션 오설리반’이다. 넥센이 그에게 기대한 것은 강력한 에이스의 역할이다. 물론 시즌이 시작된 지 2주 정도 지났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이라면 일찌감치 교체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오설리반은 3경기(선발2경기, 불펜1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2패를 기록 중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우 심각하다. 8이닝 동안 17피안타(2피홈런) 14실점으로 평균자책 15.75를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은 무려 0.425로 배팅 볼 투수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부진이 계속되자 넥센 코칭스텝은 당분간 불펜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실로 14일 KIA와 경기에서 중간게투로 등판했으나 결과는 역전을 허용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아직 넥센은 공식적으로 교체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코칭스텝 역시 좀 더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으나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제구력에 있다.
오설리반은 3경기에서 단 2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수치상으로는 훌륭하다. 그러나 실전에서 타자와 승부하는 과정을 보면 변화무쌍(?)하게 투구가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심각하게 나는 것은 물론, 스트라이크는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타자들의 배트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오설리반의 피칭에는 전혀 힘을 느낄 수 없다. 시즌 첫 등판에서도 가볍게 맞은 타구가 외야 펜스 근처까지 날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팀에서 불펜으로 활용하며 시간을 주는 동안 제구력을 정교하게 다듬지 못한다면 사실상 KBO리그에서 승산은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모든 것이 급하다.
전형적인 외국인 투수답게 투구 템포는 상당히 빠르다. 결과가 좋게 나타난다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타자와 승부를 하는데 있어서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 투구 템포는 본인이 가장 편하게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승부에 있어서 KBO리그의 성향을 무시한 채, 무조건 잡으려고 들어가는 것은 수정이 필요하다.
유인구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제구력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물론 위력 없는 140km 초반의 높은 볼로 급하게 승부한 결과가 지금까지의 모습이다. 변화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리그가 다르다면 코칭스텝이나 동료들의 조언을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넥센 입단 당시 불펜 투수들을 쉬게 해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던 오설리반. 그러나 현재는 불펜으로 강등됐다. 지금의 부진에 대해서 스스로가 받아들이고 변화하려고 노력한다면 그의 포부는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기 스타일을 고집한다면 한국리그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오설리반은 초반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희대의 먹튀로 남을지 지켜볼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