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인' 임시완 "선한 이미지 이용해 대국민 사기극 펼치고 있다" [인터뷰]

입력 2017-04-07 17:21


"제 이미지를 이용해서 지금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는 거죠"

임시완은 영리한 배우다. 얼마 전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임시완이 웃으며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겠지만 그의 말이 맞다. 그는 '미생'의 장그래, '오빠생각'의 한상렬, '변호인'의 진우 등 올곧고 선한 이미지에 맞는 역할을 주로 소화하며 착실하고 바른 배우로 대중에게 각인되었다. 자기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일찍이 알아본 것이다. 게다가 그가 출연한 작품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다. 거기에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 늘 따라오던 연기 논란도 없었다. 임시완이 영리하다고 보는 이유다.

연기력과 스타성, 작품을 선택하는 능력까지 모두 갖춘 그에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작품을 해왔지만 그의 이미지는 결국 '착실하고 바른' 하나의 이미지로 수렴된다. 다양한 연기를 보는 것 역시 우리가 배우를 사랑하는 이유가 된다면 임시완은 그 부분에 있어 조금 아쉬운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역시 임시완은 영리했다. 그의 한결같은 이미지가 굳어질 무렵 사기꾼의 옷을 입고 나타났다. 영화 '원라인'은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임시완)가 전설의 베테랑 사기꾼 장 과장(진구)을 만나 은행 돈을 빼내는 신종 범죄 사기단에 합류해 펼치는 짜릿한 예측불허 범죄 오락 영화다. 영화에서 임시완은 바른 청년 이미지를 벗고 능청스러운 사기꾼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이전과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영화 본 소감을 말해달라.

재밌었어요. 감독님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단역 캐릭터를 다 맛깔나게 살려주셨더라고요. 이 영화의 장점은 곳곳에 등장하는 단역들도 마치 현실 속 존재하는 그들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거예요.

가장 기억에 남는 단역은 누군가?

다 너무 좋지만 생각나는 대로 말하자면 일단 종환이 형이요, 영화가 개봉하고서 많이 회자될 거 같아요. 일단 신선하잖아요. 종환 형은 제 계산을 항상 뒤엎었어요. 종환 형만의 예상치 못한 대사들과 호흡법이 나오는데 그게 너무 웃겨서 웃음 참기 힘들었어요. 자유자재로 애드리브 한 동휘 형도 대단했고요. 손 잘린 어머님, 화상 입으신 분, 시계방 장물아비 아저씨 모두 인상 깊어요.

감독이 '미생' 첫 화보고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이 영화 출연 결정 이유는 뭔가?

일단 대본을 재밌게 봤고 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공감대가 있더라고요. 재밌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결정적 계기는 감독님과 미팅을 하고 나서예요. 첫 만남 때부터 엄청나게 칭찬을 해주시더라고요. 주로 연기에 대한 얘기였는데 연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면서 누구보다 잘한다고 말해주셨어요. 국내 국외를 막론하고 칭찬해주시니까 그 말이 기분이 좋아서 이 작품은 꼭 해야겠다 싶었죠.

'원라인' 민재와 성격이 비슷한가?

실제 차이는 크게 없어요. 제가 좀 더 따분한 성격이죠. 작품을 할 때마다 캐릭터에 따라 실제 성격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그런 성격이라면 아이돌 활동할 때 즐기지는 못했을 거 같은데.

어느 정도는 부딪히는 면이 있었어요. 순발력이 뛰어나지 못한데 캐릭터화되는 시간도 있어야 하잖아요. 아이돌 활동할 때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거든요. 전 예열단계가 필요한데 그 시간은 생략하고 4분 만에 끝이 나니까 그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었죠.

임시완이 가진 이미지가 오히려 영화 속에서 방해가 아닌 무기가 된 것 같다.

이용했어요. 확실히 도움이 됐죠. 사실 변신을 꾀하는 타이밍에 무뎠었는데 영화 속 그런 작전들은 철저히 감독님 머릿속에서 나왔어요. 되레 사기를 칠 때 흔히 생각하는 사기꾼 이미지처럼 언변을 화려하게 하는 것이 아닌 말갛게, 말간 말투로 연기한 것이 반전이 됐던 것 같아요. 흔히 편견 속에 있는 사기꾼이 아닌 사뭇 다른 이미지의 사기꾼이랄까요?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데 전보다 연기가 늘었다고 생각하나?

연기에 집중하다 보면 카메라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오로지 나만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있을까 말까 한 순간이 와요. 그럴 때를 위해서 연기하는 거 같아요. 이제까지 한두 번 있었어요.

오래 연기한 배우도 그런 순간을 맞이하기 쉽지 않은데, 언제 느꼈나?

'트라이앵글'이라는 작품에서 이제까지 만나지 못했던 엄마의 정체를 알게 됐는데 그 엄마를 장례식장에서 사진으로 보고 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리고 '변호인' 접견실 실에서 그걸 느낀 것 같고요.

어떤 느낌인가?

완전히 몰입한 느낌이에요. 그런 순간에 쾌감을 느끼죠. 그런 순간이 자주 찾아오진 않지만요.

민재는 사기꾼이다. 민재가 장그래를 만나면 장그래가 넘어갈까?

안될 것 같아요. 민재가 칼이고 장그래가 방패라면 방패가 이길 것 같아요. 장그래가 고지식한 면이 있거든요.

박보검, 강하늘과 함께 '미담제조기 스타'로 불린다.

착한 이미지 덕에 수혜를 많이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착하게 봐주셔서 좋죠. 저는 실제로 착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감사해요. 저라는 사람이 그런 이미지에 맞춰 가고 있기도 한 것 같아요. 어쩌다 보니 '엄친아'라는 이미지도 생겨서 '아니다'라고 부정하기 이전에 저를 잘 포장하려고 노력한 것도 있어요. 이런 게 살면서 피곤할 수도 있는데 '애초에 너는 나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여긴 거죠.

연기를 하면 할수록 드는 생각은?

요즘은 연기할 때 꽤 흥미가 있어요. '이번 신은 어떻게 찍힐까' 앞으로가 궁금하기도 하고. 새로운 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어요. 제가 연기하는 스타일이, 저를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촬영 전날까지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잠을 못 잤을 정도니까요. 100%에 가깝게 준비해야 했어요. 미장센까지 다 채워서요. 그러니 스트레스였던 거죠.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지배적이다 보니 '내가 이렇게 촬영하다가는 오래는 연기 못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즐길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공부하듯 연기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저를 풀고 연기해요. 이제는 오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배우로서의 목표는 뭔가.

현재 연기 방식을 바꿔 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 자체에서 만족감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향후 계속 그 방식을 발전시킬 예정이에요. 궁극적으로는 '편안한 배우'가 되는 걸 목표로 삼고 싶어요. 이미지 변신을 억지로는 하고 싶지 않아요. '원라인'처럼 다른 감독님들께서 갈증을 느끼셔서 저를 찾아주시면 그런 식으로 변신할 수는 있겠죠. 그런 기회가 좋은 거 같아요.

소속사를 바꾸는데 완전히 배우로 전향하는 건가?

가수의 꿈은 접지는 않을 거예요. 연예계에 들어온 계기가 노래 부르는 게 좋아서거든요. 실력과는 별개로 노래 부르는 게 너무 좋아요. 노래는 OST나 팬미팅으로 계속해나갈 거예요.

사진 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