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상에서 영상 콘텐츠 소비가 크게 늘자 영상 제작에 필요한 장비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동영상에 특화된 미러리스 카메라(반사거울이 없는 카메라)가 등장해 큰 인기를 끄는가 하면 역동적인 스포츠를 생생하게 촬영할 수 있는 액션캠 사용자도 늘고 있다.
항공 촬영이 가능한 드론 역시 휴대성은 물론이고 성능도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런 영상제작 장비를 이용해 특별한 SNS용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스타트업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일부에선 개인이 특별한 방식으로 자신의 추억을 기록하는 행태를 빚대는 '쓸고퀄(쓸데없이 고퀄리티)'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사진 = 날개 접히는 드론 '매빅 프로'를 조종하고 있는 해외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 출처: DJI코리아 페이스북)
◇ '동영상 특화' 미러리스 카메라·액션캠+짐벌 '인기'
용산의 한 카메라 판매 매장에서 요즘 가장 잘나가는 제품은 동영상 기능이 특화돼 나온 미러리스 카메라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에서 반사거울과 프리즘을 없앤 제품으로 내부 공간을 줄여 카메라 외형을 작고 가볍게 만든 제품이다.
김동균 모즈디지탈 팀장은 "DSLR은 무게와 부피 때문에 장시간 사용하기 힘들다보니 미러리스로 많이 넘어가는 추세"라며 "특히 4K 초고화질 촬영이 가능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을 빠르게 잡아내는 등 동영상에 특화된 기능이 추가되면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동영상 기능이 특화된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 소니 A6500과 방수·음성인식 기능이 강화된 액션캠 고프로 히어로5블랙 광고)
액션캠도 매출 효자 1순위다.
수중 촬영이 가능한 액션캠의 경우 과거에는 방수케이스를 별도로 씌워야 했지만 최근에는 방수케이스 없이 자체 방수가 가능하고, 별도의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음성 인식이 가능한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됐다.
카메라 뿐 아니라 주변 장비를 구비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특히 걷거나 뛰더라도 흔들림 없이 화면의 균형을 맞춰 역동적인 화면을 담을 수 있는 짐벌은 카메라 다음으로 콘텐츠 제작자들이 많이 찾는 장비다.
미러리스 카메라 뿐 아니라 작은 액션캠이나 스마트폰을 달 수 있는 짐벌이 각각 출시돼 있다.
(▲사진 = 역동적인 화면을 담을 수 있는 짐벌의 다양한 형태. 액션캠(고프로) 짐벌(왼쪽 위), 미러리스나 DSLR카메라용 짐벌(오른쪽 위), 스마트폰 짐벌(아래). 최소 40만원 이상으로 가격에 책정돼 있고 100만원이 넘는 전문가용 짐벌도 있다)
특히 스마트폰 짐벌은 앱과 연동시키면 얼굴을 인식해 주인공의 움직임에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기 때문에 1인 방송 크리에이터들도 많이 찾는 제품이다.
최근에는 비가 내릴 때도 촬영이 가능한 생활방수 기능이 추가된 짐벌도 출시됐다.
김동준 팀장은 "카메라 매출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5월이나 10월에 많이 팔리는 등 시즌의 영향을 받지만 짐벌은 시즌과 상관없이 지난해 대비 30% 이상 매출이 늘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도 제작하는 콘텐츠의 용도에 따라 손목이나 머리, 허리 등 몸에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는 액세서리나 자전거나 헬멧 등에 카메라를 부착할 수 있는 주변 액세서리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
◇ 날개 접히는 드론.."없어서 못 팔정도"
지난해 10월 DJI에서 내놓은 날개가 접히는 드론 '매빅 프로'는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휴대가 불편하다는 단점을 개선한 매빅 프로는 처음 출시됐을 당시에는 한 두달은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현재 콘텐츠 제작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DJI의 드론은 '매빅'이 출시되기 전 라인인 '팬텀'시리즈로 카메라 일체형으로 제작된 기체다.
4K촬영이 가능하고 초당 60프레임 저장이 가능해 부드러운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4K란 Full HD(1920x1080) 해상도의 4배에 해당하는 3840x2160의 초고해상도를 의미한다.
전문촬영가가 주로 이용하는 고사양 드론 '인스파이어'시리즈의 경우 4K를 넘어서 5.6K까지는 고화질 촬영이 가능하고, 용도에 따라 카메라 렌즈를 교환할 수 있어 비행전문가와 촬영전문가가 따로 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한 기체다.
'팬텀'시리즈가 측면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기체 전체의 방향을 바꾸어야 하는데 반해 '인스파이어' 시리즈는 카메라 렌즈의 방향을 바꿔가며 측면까지 촬영할 수 있다.
(▲사진 = DJI의 드론 기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매빅-팬텀-인스파이어 )
석지현 DJI코리아 마케팅 매니저는 "SNS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인스파이어보다는 주로 메빅과 팬텀시리즈가 주로 활용되는 편이지만 팬텀 사용자의 약 20%는 인스파이어 기종으로 넘어가는 등 드론 전문가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드론은 배터리와 컨트롤러까지 한 세트로 판매되지만 직사광선이 있는 야외에서도 화면이 잘 보이도록 하는 '모니터 후드'나 컨트롤러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목에 걸 수 있는 '넥스트랩' 같은 부가장비도 전문 촬영자들을 중심으로 많이 판매된다.
드론 구입이 다소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DJI의 핸드짐벌 '오즈모'를 구입하기도 한다.
지난 2015년 카메라와 짐벌이 결합된 형태로 출시된 '오즈모'시리즈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줌아웃이 기능이 추가된 오즈모 플러스, 스마트폰을 결합해 촬영하는 오즈모 모바일 등 차기 제품을 내놓으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사진 = DJI의 짐벌 오즈모 시리즈. 카메라 일체형과 스마트폰 장착형이 있다.)
석지현 DJI코리아 마케팅 매니저는 "오즈모의 경우 글로벌 매출 가운데 한국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라며 "SNS 사용이 활발한 시장인 만큼 특히 스마트폰과 결합해 쓸 수 있는 오즈모 모바일을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DJI는 모든 기종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라이브 기능이 있어 SNS 콘텐츠 제작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다.
현재 드론 제조업체 가운데 페이스북 API(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의 통신에 사용되는 언어)이용이 가능한 업체는 DJI가 유일하다.
◇ '아마추어 축구를 프리미어리그로' 드론 축구콘텐츠 스타트업 <고고고알레알레알레>
촬영장비에 대한 진입문턱이 낮아지면서 전문 촬영가가 아니어도 촬영 장비를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고고고알레알레알레(고알레)라는 스타트업은 아마추어 축구경기를 드론으로 촬영해주는 기업이다.
프리미어축구에서나 볼 수 있는 항공촬영 콘텐츠를 아마추어 축구선수들도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고알레는 축구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특히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개포동 아자르' '용인 드록바' 등 아마추어 선수들의 활약이 담긴 SNS용 영상을 따로 제작해 올리면서 14만명까지 팬이 늘어났다.
고알레는 축구를 좋아하는 세 청년(윤현중, 이병욱, 박진형 대표)이 만든 스타트업이다.
고알레의 윤현중 대표는 어렸을 적부터 축구를 좋아했지만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으면서 더이상 축구를 못하게 됐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펼쳤던 멋진 경기 장면이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이 한탄스러웠다.
문득 축구 경기를 촬영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드론을 한 대 사서 촬영연습을 시작한 것이 고알레의 시작이었다.
영국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박진형 대표와 외국계 광고대행사를 다니던 이병욱 대표가 합류해 2015년 12월 '고고고알레알레알레'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면서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됐다.
고알레는 DJI의 팬텀시리즈 중 팬텀3 프로패셔널로 처음 촬영을 시작해 팬텀4까지 현재 총 5대의 드론을 보유하고 있다.
또 지방 곳곳에 드론을 보유한 촬영 전문가와 협업을 진행해 전국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를 촬영해주는 것이 고알레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촬영비용은 서울 기준 2시간의 풀경기 영상과 5분~7분 정도의 하이라이트 영상 파일을 제작해 전달해주는데 20만원을 받는다. 항공촬영 콘텐츠 비용 치고는 매우 싼 편이다.
(▲사진 = 고알레의 축구 경기 촬영 장면. 대체로 한 경기당 드론 한 대, 직원 한 명이 투입돼 비용을 최대한 낮춰 적절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박진형 대표는 "저희는 영상촬영 업체가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경기 장면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며 "경기장 대여 등으로 이미 비용을 지불한 축구 마니아들이 추가로 부담할 수 있는 적정한 가격이 팀당 20만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자신의 경기 장면을 기록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항공촬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큰 매력이었다.
경기에 대한 평가도 경기 장면을 보면서 이야기 할 수 있으니 발전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했다.
팬수가 늘면서 드론 촬영 콘텐츠 이외의 다른 분야로 수익모델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아마추어 성인들의 축구 트레이닝 프로그램 '트레인 위드 알레'와 지역별 축구경기 매칭 프로그램인 ‘게릴라 풋볼’이 대표적이다.
축구를 잘하고 싶어 트레이닝을 받고 싶지만 프로 구단처럼 극한의 트레이닝은 원하지 않는 축구마니아들을 위한 '트레인 위드 알레'는 모집공고를 올리자마자 30명 정원에 500명이 몰렸다.
11명의 축구팀을 꾸리지 못해 경기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경기를 열어주는 '게릴라 풋불'은 지난해 12월 오픈 이후 지속적으로 모집 마감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박대표는 "축구마니아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 = '트레인위드 알레' 프로그램 콘텐츠 중 한 장면)
참가 비용은 트레인 위드 알레가 한 달 4번 트레이닝 기준 25만원, 게릴라 풋볼은 1회 참가에 3만원으로 역시 축구마니아들이 부담할 수 있는 적정선으로 책정됐다.
'트레인 위드 알레'와 '게릴라 풋볼'참여자들에게는 유니폼을 비롯해 드론으로 촬영한 경기장면이 파일로 제공된다.
항공촬영은 물론이고 지상에서 선수들이 몸을 푸는 장면 등 영상미가 필요한 장면은 오스모와 고프로 등의 장비를 적절히 활용해 촬영한다.
오프라인 프로그램의 좋은 장면은 온라인 콘텐츠로 가공된다.
경기의 주요 장면이나 멋진 골이 담긴 장면은 CG효과 등을 추가해 SNS 콘텐츠로 만들어지고 경기가 끝난 후 경기를 분석하는 후 토크는 유튜브 채널로 옮겨와 영상을 보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박진형 대표는 "축구가 끝나고 가장 재미있는 시간이 바로 경기 내용을 떠올리며 누가 패스를 잘못했네, 누가 늦게 달렸네 하는 '설전'시간"이라며 "단지 각각의 머릿속에 있는 장면으로 설전을 하는 것보다 실제로 촬영 장면을 보면서 온라인으로 함께 이야기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게릴라 풋볼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온라인에 다시 모이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했다.
페이스북 14만 명 유튜브 5만 명의 축구마니아들이 모여있다 보니 관련업체의 제휴 문의도 속속 들어오고 있다.
최근 아이다스와 엄브로 등 스포츠 브랜드와 제휴 콘텐츠가 제작되기도 했다.
사업 시작 1년 반만에 고알레의 수익구조는 오프라인 프로그램(트레인 위드 알레, 게릴라 풋볼) 60~70% 일반촬영 10%, 광고 등 제휴 프로젝트 20~30%로 다각화 됐다.
박 대표는 "현재 축구 외에도 풋살까지 종목을 늘렸다"며 "앞으로도 재미있는 포인트를 잘 살릴 수 있는 종목이라면 드론을 활용한 콘텐츠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