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시선 <신발 안의 돌멩이>

입력 2017-04-05 13:32


[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신발 안의 돌멩이'입니다.

정확히 4년 전쯤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대대적인 규제 철폐를 외쳤습니다. 규제를 공무원들이 하나하나 없애주는 개념을 갖지 말고, 아예 규제를 싹 없앤다 생각하고 정말 필요한 규제만 하라는 게 당시 대통령의 지침이었습니다.

그 상징적인 말이 신발 안의 돌멩이를 꺼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규제 혁파를 외친 건 MB정부도 마찬 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정말 두 정부 연간에 규제가 혁파되었습니까?

아마 산업 현장에 계시는 많은 분들이 아직도 한참 멀었고 어떤 면에서는 규제가 더 심해졌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규제를 풀어버리면 안됩니다. 국민의 안전에 관련된 규제 그리고 상대적 강자가 약자의 영역을 침범하는 규제 그리고 짬짬이를 해서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는 규제 이런 거는 오히려 더 강하게 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성장의 정체에 시달리는 산업에 새 기운을 불어넣는 신기술, 신사업의 도입에 관련된 규제는 줄여야 아니 치명적인 안전에 관련된 것만 제외하면 다 풀어야 합니다.

새롭게 출범한 K뱅크가 이틀 만에 6만 개에 달하는 계좌를 유치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 글쎄요 2일치 성적표를 가지고 평가하기는 이릅니다만 나름 의미있는 출발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냥 이대로 둔다면 그 성장세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입니다.

IMF환란 이후에 우리 금융산업의 금과옥조와 같이 지켜지고 있는 은산분리라는 규제가 인터넷 뱅크에도 여지없이 적용되고 있기에 그냥 두면 지금처럼 주인 없는 은행이 되기 쉽고 자본의 확충도 어려울 것입니다.

인터넷 은행을 기존 은행과 경쟁시켜서 금융산업 전반의 혁신을 가져오려면 규모의 경제는 물론이고 혁신적인 경영자가 의지를 갖고 순발력 있게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고 대응해야 할 텐데 기존 은행의 지배 구조로 가능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재벌의 은행 소유를 허락해 주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존 금융산업의 관습과 과점을 혁신하기 위해 도입한 신 금융마저도 기존의 규제 안에 가둬놓는 것은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설립 14년 된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114년 된 자동차 기업 포드의 시가총액을 넘었습니다. 33만 원으로 시작한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480조 원이며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 월마트를 제친 건 벌써 2년 전입니다.

이들 기술 혁신 기업들의 주가, 버블이라고만 하시겠습니까? 미국 정부가 이들 기업의 창업기에 규제의 대못을 쳤다면 오늘날의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됐을까요? 그저 러스트 밸트의 피폐한 공업지대를 채운 실업자들의 나라가 되어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트럼프가 이들 쇠락한 공업지대의 부활을 외치는 것도 사실은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들이 세계를 선도해 주고 미국 경제를 받쳐주고 있기 대문이지 않겠습니까?

지금 잘 나가고 있는 반도체 산업, 10년 전에 잘 나갔던 조선 산업처럼 10년 후에 구조조정 대상 산업이 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우리 경제 튼실히 성장 시키려면 우리도 구글, 아마존, 테슬라 같은 혁신 기업을 키워서 세계 무대로 내보내야 합니다.

이제 한 달여 남은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앞선 두 번의 정부가 한 무늬만 규제 개혁을 따라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신발 안에 모난 돌멩이가 털려나가 우리 산업의 힘찬 도약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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