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라인 11]
[김동환의 시선]
출연 : 김동환 경제 칼럼니스트 / 경희대학교 국제지역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오늘 김동환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성배냐 독배냐' 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일본의 도시바 반도체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군요. SK를 비롯한 중국의 칭화유니그룹, 대만의 홍하이와 TSMC와 미국의 웨스턴 디지털과 마이크론 그리고 글로벌 헤지펀드들도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아마도 10여곳이 경쟁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수 여부와 관계없이 SK그룹은 상당한 감회가 있을 겁니다. 특히 오랜 수감 생활을 마감한 최태원 회장은 그 소회가 남다를 겁니다.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두고 그룹 안팎에서 얼마나 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습니까? 당시 최회장은 감옥에 있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SK그룹은 섬유로 돈을 벌어 정유, 통신 등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그룹입니다. 또한 그룹의 성장은 창업이 아닌 M&A를 통한 사세의 확장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것도 국영회사의 인수를 통해 정유와 이동통신에 진출하면서 특혜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었습니다만 하이닉스 인수는 전혀 다른 모험이었습니다.
제조업 그것도 첨단 산업이면서 삼성이라는 넘사벽이 버티고 있는 하이닉스를 인수한다는 것, 그룹의 컬러에도 맞지를 않았고 더구나 최고경영자는 감옥에 상당한 기간 더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어떤 하이닉스 인수에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돌아보면 6년전 그 하이닉스 인수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SK그룹의 위상은 어떻게 됐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증권사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조에서 2조 5천억 사이를 봅니다. SK그룹 나머지 계열사를 다 합친 것 보다 훨씬 큰 이익입니다.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사는 데 들인 돈 보다 더 큰 이익을 단 3개월 만에 벌어들이는 겁니다. 아마 2000년대 가장 성공적인 기업 인수합병의 역사가 바로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라고 봅니다.
시청자 여러분. 단지 하이닉스 인수만으로 오늘날의 SK하이닉스가 가능했겠습니까? 아닙니다. 인수 후에 SK그룹의 적극적인 추자 투자가 있었기에 오늘날의 업계의 지위가 가증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이천과 청주 경제를 살리고 있기도 합니다.
SK하이닉스가 또 다른 모험에 나섰습니다. 바로 일본 반도체산업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바를 인수하겠다는 겁니다. 물론 저는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봅니다만 반도체의 반자도 모르던 그룹이 5년만에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선도자였던 도시바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죠.
자, 그럼 과연 만약 SK하이닉스가 도시바의 반도체를 경영권을 인수하게 된다면 이 또한 역사적인 성공이 될 수 있을까요? SK그룹은 물론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축복의 성배가 될 수 있을까요? 혹 독이 든 성배는 아닐까요?
저는 현업에 있을 때 한국 기업의 일본 기업 M&A를 돕는 일을 정부와 함께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많은 부품, 소재 업체들이 후계자가 없어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걸 알고 우리 부품, 소재 산업의 기술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일본 회사들을 인수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했었던 것입니다.
열심히 뛰었고 우리 산업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했었습니다만 한 2년간 일을 해본 후 제가 내린 결론은 세계 어느 나라 기업을 사서 경영을 하는 것 보다 일본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두 배 이상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일본 사람들, 그리고 오랜 기업을 외국에 파는 기업주를 백안시하는 일본 기업인들의 정서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매우 큰 장벽이었습니다. 아무리 현지 경영진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정서적인 일체감이 없이 겉도는 상황에서 혁신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 정도의 초대형 M&A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이번 인수가 그리 탐탁치 않아 보이는 건 지금의 반도체 업황입니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호황입니다. 너도 나도 반도체 신규 투자를 하고 싶어합니다. 이 큰 덩치의 회사를 사는 데 경쟁률이 10대 일이라면 가격이 쌀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안해 봅니다. 도시바가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이미 시장 지위를 갖추고 잇지만 하이닉스도 엄연한 낸드 시장 4위이고, 디램 2위의 글로벌 플레이어입니다. 인수에 쓸 돈을 이천과 청주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면 어떻겠습니까?
이제는 인수 합병이 아닌 투자로 더 큰 사업을 일으키는 새 역사를 써보면 어떻겠습니까? SK그룹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 부진이 우리 경제 침체의 원인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나는 한 계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김동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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