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 김상호 "가발을 쓰는 게 참 두려웠죠"[인터뷰]

입력 2017-03-27 16:23


23일 개봉한 영화 '보통사람'에서 의도치 않게 이미지 변신을 한 배우가 있다. 지금까지 맡았던 캐릭터와는 상반된 역할을 맡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가발은 절대 쓰지 않는다'는 본인만의 철학을 깼기 때문.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상호는 극 중 자유일보 대기자 추재진 역을 맡았고, 해당 역할은 군사독재정권 하에서도 할 말은 하는 진정한 언론인이다. 그를 최근 서울 모처에서 만나봤다.

Q. 촬영은 부산에서 했다고 들었다. 부산을 촬영지로 정한 이유가 있나?

A. 70%~80% 넘게 부산에서 찍었다. 부산에는 80년대를 재현할 만한 게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Q. 80년대라는 시기가 사람들의 기억에 따라서 평가가 다른 시기다. 배우 김상호가 생각하는 80년대는 어땠나?

A. 각자가 바라보는 시대상이 있겠지? 우리는 이 영화를 찍으면서 사람들이 우리 영화를 편하게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찍었다. 과하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Q. '편하게 봤으면 한다'고 말했지만 어쩔 수 없이 '보통사람'은 시대적 배경 때문이라도 사회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은 뭘 느낄 수 있을까?

A. 기자들이 많이 가는 곳은 트러블이 일어나는 곳이다. 이야기꾼도 똑같다. 태평성대였던 역사적인 시대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낼 가능성보다 혼돈의 시대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찾아내는 확률이 높다. 그래서 시기를 정하는 데 있어서 80년대로 정한 거다. 답답하고, 가려져 있고 한 사건이 터지면 다른 가십거리로 큰 진실들이 뭍힌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영화다.

Q. 정말 시국이 공교롭게 겹쳤다.

A. 찍을 당시에는 정말 개봉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상적인 개봉이 탈 없이 됐으면 했는데, 공교롭게 시국이 잘 겹쳤다. 지금은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투자해주신 분들이 손해는 안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보통사람'을 찍기 전에 투자가 쉽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하겠다고 결정한 건 왜일까?

A.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었다. 작품이 재밌어 보여서 한다고 한 것이다. 시나리오가 잘 안 읽히면 나는 선뜻 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가 잘 넘어갔다.

Q. '보통사람'은 본인에게 어떤 작품인가?

A. 나는 가발을 쓰는 것을 되게 두려워했다. 그렇게 꾸미는 것에 대해 의지하게 될까 봐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 두려움을 극복해준 영화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애들이 컸을 때 봐도 '아버지가 괜찮은 영화 찍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Q. 왜 가발을 쓰는 게 두려웠을까?

A. 내가 대머리란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가발을 쓰면 웃기지 않을까 싶었다. 뭔가를 꾸미기보다 내 모습 그대로 승부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근데 감독이 '절대 그렇지 않다. 이제껏 보여준 김상호의 모습과는 차별화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이야기를 처음에 했다. 근데도 그 당시에는 거절했다.

Q. 왜 거절했나?

A. 그냥 처음에 선뜻 용기가 안 났던 것 같다. 감독님이 재차 괜찮다고, 자기가 책임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쓰긴 썼는데, 머리에 1kg 짜리 물건이 올라와 있는 듯했다. 촬영 7일 정도 됐을 때 내 머리카락이 된 것 같았다.

Q. 그럼 가발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뀐 건가?

A. 맞다. 앞으로 필요하다면 가발 착용을 사양만 하진 않을 것 같다. 이 작품 자체는 내게 참 좋은 기운을 준 작품이다. 가발 쓴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나 반감도 사라지게 해줬다.

Q. 마지막으로 '보통사람'을 볼 관객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A. 관객들이 재밌게 봤으면 좋겠다. 과하게 뭔가를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편안하게 봤으면 좋겠다.

사진=오퍼스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