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험사들이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손실과 당국의 자본건전성 규제 강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대규모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김민수 기자입니다.
<기자>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채권평가손실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이 떨어져 손실이 불가피한데, 그 규모가 상당합니다.
국내 보험사들이 보유한 매도가능채권은 약 440조원. 금리가 1%만 올라도 10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른 영향으로 이미 보험사들의 건전성 평가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화인터뷰> 생명보험업계 관계자 (음성변조)
"당장 채권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부분이 크다. 왜냐하면 그건 바로바로 반영이 되는 거다. (금리인상으로) 역마진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기려면 시간이 걸린다. 금리변화에 맞춰서 보험료에 반영을 해야 해서..."
여기에 오는 6월부터 금감원이 보험 부채의 듀레이션 만기를 최장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기로 해 보험사들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듀레이션은 시장금리가 1%포인트 변화할 때 자산·부채의 가치가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는 민감도 지표입니다.
만기를 늘어나면 금리 변동에 따른 충격이 커져, 그만큼 지급여력비율도 하락합니다.
실제로 한 보험사는 보험 부채 듀레이션을 확대할 경우 RBC비율이 100%포인트 급락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조영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국내 장기금리도 상승하고 있는 추세여서 보험사의 RBC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더해 감독당국이 보험부채 듀레이션 확대 등 RBC비율을 강화하고 있어서 보험사들이 자본을 더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보험업계는 듀레이션 확대를 1년 유예해줄 것을 금감원에 요청하고 있지만, 허용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당장 대규모 자본확충에 직면한 보험사들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습니다. 한화와 농협, 흥국생명에 이어 교보생명도 자본확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보험사들이 대주주의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인데다, 회사채 발행만으로 떨어지는 지급여력비율을 감당하기 쉽지 않아 보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민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