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단행할 때 제시하는 할인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반 주식매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지만, 손실이 확대된 부실기업도 포함돼 있는 만큼,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박승원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유상증자에 나선 상장사들이 큰 폭의 할인율을 내세워 투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겁니다.
실제 지난해 유상증자 384건의 평균할인율은 13.7%를 기록했지만, 올들어선 할인율을 20% 넘게 제시한 상장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할인율을 제시한 기업은 자동차부품 전문생산업체인 세동.
운영자금 등 총 85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할인율 30%를 제시했습니다.
파격적인 할인율 덕분에 일반공모 물량 620만주 가운데 667만여주가 몰리면서 청약률 107.71%로 흥행몰이에 성공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대한항공 역시 20%에 달하는 할인율을 제시해 청약률 96.4%를 기록했습니다.
25%의 할인율을 제시한 로체시스템즈(112.92%), 에스와이패널(101.60%) 역시 청약률 100%를 넘겼습니다.
갑을메탈(할인율 25%)의 경우 무려 2,500%가 넘는 청약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주주배정 절차 없이 일반공모만 진행한 상장사들도 매력적인 할인율 덕분에 성공적으로 유상증자 물량을 채웠습니다.
시설자금 1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한 썬텍의 경우 20%의 할인율을 제시해 청약률 3만5,000%를 넘겼습니다.
문제는 유상증자에 나선 상장사 가운데 일부가 재정적으로 부실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이달 초 일반공모 유상증자 청약을 실시한 레이젠은 신주 발행가액이 기준주가에 30% 할인율을 적용한 1,930원으로 확정되면서 95.96%의 청약률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115억원으로 전년대비 적자규모가 무려 443%나 급증했습니다.
<전화인터뷰>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기업이 당장 계속 사업이 가능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적자 기업의 경우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들이 적자기업이나 과거에도 적자가 지속된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하는 경우엔 주의가 필요하다."
큰 폭의 유상증자 할인율을 내세워 자금몰이에 나선 상장사들.
하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손실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해당 기업의 자금사용 용도와 향후 실적개선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박승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