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 현장 기자에 무차별 폭행…의경 7명도 부상

입력 2017-03-10 21:46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후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현장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를 잇따라 폭행했다.

탄핵반대단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가 이날 헌법재판소 인근인 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앞에서 개최한 태극기 집회에서 탄핵 소식을 들은 참가자들이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무차별로 물리력을 행사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이날 오전 9시께까지만 해도 "오늘은 모든 기자를 환영하는 날로 심지어 JTBC까지 그냥 두어야 한다. 절대 기자들 폭행하지 말라"고 했지만, 오전 11시21분 이후 탄핵 인용 소식이 전해지자 "박 대통령을 쫓아낸 기자 전원 색출작업에 들어간다"고 발언하는 등 태도가 돌변했다.

이 발언 직후 집회 참가자들이 한 방송사 기자에게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경제와 서울신문, 연합뉴스, 중앙일보, 한국일보, CBS, SBS, YTN 등 여러 언론사 소속 기자 10여명이 각기 취재 도중 이들로부터 집단으로 구타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메라 등 취재 장비도 파손당하거나 탈취당했다.

일부 참가자는 금속제 사다리로 기자의 머리를 뒤에서 사정없이 내리치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보였고, 일부는 기자들을 끌고 가서 마구 때렸다.

일본 교도통신의 한국인 카메라 기자도 이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머리를 다쳤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는 기자들이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도록 보호하지 않은 경찰에 강하게 항의했다.

언론노조는 '취재 현장 폭력은 좌시할 수 없다'는 제목의 긴급 성명을 내 "그 어떤 명분으로도 기자에 대한 폭력은 일어나선 안된다. 이 시간 이후 기자들의 모든 취재는 공권력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사진기자협회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취재활동을 벌이는 사진기자에 대한 폭행은 단순한 폭력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중대한 침해행위"라며 규탄했다.

언론사들은 탄기국의 책임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동영상, 사진 등을 증거로 사법당국에 고발 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의 고소나 고발이 들어오는 대로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출입기자단에 "기자 보호에 노력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며 "취재에 각별히 조심하고 조금 진정될 때까지만이라도 시위대에서 떨어지거나 해당 구역에서 벗어나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밧줄을 걸어 경찰 버스를 잡아당기고 경찰에게 돌을 던지거나 물리력을 행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의경 7명이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