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승리했다" 광화문 광장 모여 박근혜 파면 자축..태극기 집회 사망자 추모 시간도

입력 2017-03-10 21:27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된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끈 시민들이 '촛불의 승리'를 자축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주최측 추산 3만명이 모인 가운데 이날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이 승리했다! 탄핵은 시작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가 시작하기 전 오후 4시께부터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함께 방송을 시청하며 탄핵의 기쁨을 나눴다. 잔디밭에 앉아 삼삼오오 치킨을 뜯거나 막걸리, 맥주를 나눠 먹으며 '축제'를 기다렸다.

본집회가 시작한 7시께 광화문광장을 빼곡히 메운 시민들은 "피청구인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발언을 담은 영상이 화면에 나오자 부부젤라를 불고 목청 높여 환호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노래에 맞춰 주위 사람들과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고깔모자를 쓰고 오거나 LED장미를 든 시민들도 있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발언에 나설때마다 작은 폭죽을 터뜨리며 '탄핵 축하 떡'을 나눠먹는 시민들도 보였다.

'박근혜 없는 봄이로구나', '황교안 퇴진', '이제 박근혜 구속' 등 피켓을 든 이들은 주최측의 제안에 따라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띄운 채 "우리가 해냈다", "참 멋지다"며 서로를 북돋웠다.

이태호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작년 10월 '이게 나라냐'는 탄식에서 시작한 작은 외침이 거대한 함성이 됐다. 우리 주권자가 새 역사의 장을 열었다"면서도 "거대한 변혁의 물꼬를 막 열었을 뿐이다. 박근혜와 그 공범들이 합당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세월호 유가족들도 참석해 세월호 참사 관련 탄핵 소추 사유가 인정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고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 정성욱 4.16 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은 "박근혜가 탄핵돼 기분은 좋지만 탄핵사유에서 세월호 7시간이 빠져 기쁜 마음도 잠시뿐"이라며 "15일 인양을 앞두고 아직도 9명의 미수습자가 남아있는 세월호를 기억해달라"고 외쳤다.

집회 중간에는 이날 태극기 집회 사망자를 위한 추모의 시간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승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일제히 촛불을 끄는 소등 퍼포먼스를 선보인 뒤 '박근혜를 감옥으로'라는 구호를 외치고 9시 10분께 본집회를 마쳤다.

퇴진행동은 11일 오후 4시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광화문으로! 촛불 승리를 위한 20차 범국민행동의 날'이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주말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퇴진행동은 60일 동안 이어지는 대선 기간에 두세 차례 대규모 주말 촛불집회를 열어 박 전 대통령 구속과 공범자·부역자 처벌, 적폐 청산 등을 지속해서 촉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