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업계 중국 전문가 5인 "사드 주가 영향은 이제 시작일 뿐”
- 소비재 추가 하락 불가피…중간재·경기순환업종이 대안
- 한국, 조기 대선·중국, 당 지도부 재편 변수될 듯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한미 양국은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지난 6일 발사대 2기를 비롯한 사드 장비 일부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복조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한한령(限韓令)을 실시하고 유커들의 단체관광을 제한한 데 이어, 중국 내 롯데마트 23개 지점(이달 7일 기준)을 영업정지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중국의 전방위적인 보복 조치에 주식시장에서 면세점, 화장품, 여행업체 등 중국인 의존도가 높은 상장사 주가는 연중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 가량 감소할 것이란 전망 속에 국내 2위 면세점 사업자인 호텔신라 주가는 지난 6일 장중 주당 4만2,1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화장품 업체들 가운데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들어 12.22%, LG생활건강 10.08% 빠졌다. 이 외에도 중국 관련주에 속하는 오리온 -9.07%, 오스템임플란트 -8.71%, 하나투어 -7.15%를 기록했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 관련주 가운데 롯데쇼핑은 같은 기간 -7.59% 하락했다.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 관련주가 급락한 데 대해 글로벌 전략분석 전문가 5인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이투자증권 염지윤 연구원은 “아직은 시작에 불과한 상태며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강형철 연구원 역시 “투자 심리나 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사드 배치가 완료되는 4-5월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했다.
● "사드 여파 4-5월까지 지속" vs. "보다 장기전 될 것"
국내 금융시장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최소 두세 달 가량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염지윤 연구원은 “사드 배치가 완료되는 예상시점인 4-5월까지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NH투자증권 강형철 연구원은 “지수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관련업종에 미치는 영향은 4-5월까지 이어졌다가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보다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사드 배치 문제는 양국 모두에게 안보 문제에 해당되므로 단기간에 끝날 이슈가 아니다. 과거 대만·일본 등의 사례로 비춰 봤을 때, 못해도 6개월 이상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사드 배치가 완료된 시점인 하반기에도 규제가 지속된다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환 연구원 역시 “올해는 중국 정치권이 18기에서 19기로 넘어가는 예민한 시기인 만큼, 2분기까지 제재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박석중 연구원은 “예측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면서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해온 중국이 제재를 강행하게 된다면 WTO나 미국에게 허점을 노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조기대선·미중 정상회담…회복 모멘텀 될까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양국의 긴장 상태에 주식시장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변곡점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신한금융투자 박석중 연구원은 두 가지의 변곡점을 제시했다. 첫째는 조기대선 정국이다. 대선 후보들 중에는 사드 배치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후보들이 적지 않다. 박 연구원은 “탄핵심판 이후 조기대선 국면에서 내각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중국과의 유화 분위기 조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올해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이나 경제협력회의를 통해서도 회복 모멘텀을 찾을 수 있다. 양국이 사드 갈등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아간다면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 김경환 연구원은 조기대선 정국이나 미중 정상회담이 지금의 얼어붙은 분위기를 완전히 해빙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기 대선 정국이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어서다. 게다가 실질적으로 사드 철회가 어려워진 만큼, 중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여론도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이 높다. 미중 정상회담도 회복 모멘텀 역할을 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김 연구원은 지난 5일 개막한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에서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운영 방침을 결정하는 최대 정치행사인 전인대 시기에는 당의 인사, 특히 수뇌부의 인사 교체가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최종 인선권까지 거머쥔 시진핑 주석을 향한 ‘충성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공식적으로 제재가 언급되지 않아도 밑에서 알아서 먼저 제재를 가하는 셈”이라며 “19기 당 지도부가 구성되는 11월 무렵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인바운드 '소비주' 타격…중간재·경기순환업종 눈 돌려야
전문가 5인은 레저·컨텐트·엔터테인먼트·화장품·면세점 등 중국 수요를 겨냥한 소비주에 대해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중 최저치까지 떨어진 이들 기업을 저가 매수할 기회로 생각하지 말고 투자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대안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먼저 중국을 통해 수혜를 입었던 소비재보다 한국 의존도를 줄이기 어려운 자본재나 중간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반도체 장비, 스마트폰 부품 회사 등이 대표적이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중간재와 자본재를 수입해 가공한 후 선진국에 수출한다. 값비싼 독일산이나 일본산을 대체할 만한 수입 거래처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간재·자본재 부문의 수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대중 수출품의 95% 이상이 완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간재와 자본재가 차지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경환 연구원은 “굳이 중국 소비주를 산다면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보다는 부품·장비·소재 같은 B2B(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과 코스맥스의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한국산으로 인식되어 외면 받지만, 같은 화장품 업종인 코스맥스는 중국기업들에게 제조자개발생산(ODM) 형태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그 밖에도 NH투자증권의 강형철 연구원은 화학·철강·조선·기계 등 경기순환 업종(시클리컬)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 연구원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들이 대부분 사드 배치가 완료되는 4-5월에 쏟아지고, 그 이후부터는 잠잠해질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시클리컬과 같은 대안에서 투자 리스크를 상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김종학 기자, 권승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