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식 개막전에서 한국을 꺾은 것과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기적 중의 기적"이라고 표시했다.
NYT는 7일(한국시간) 서울발 기사를 통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16개국 중 세계 랭킹이 가장 낮은 이스라엘(41위)이 WBC 본선 데뷔전에서 한국(3위)을 2-1로 꺾었다며 감탄했다.
NYT는 "미국이나 '디펜딩 챔피언'인 도미니카공화국과는 달리 이스라엘에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가 몇 명 안 된다. 2013년 WBC에서는 본선 무대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이스라엘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WBC 본선 첫 승을 일궈냈다"고 전했다.
NYT가 이같은 의미를 부여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 내 야구 등록 선수가 800명에 불과하다.
WBC 대표팀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28명의 선수 가운데 슬로모 리페츠(28)만 유일하게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나머지 27명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 중 최소한 한 명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을 대표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갈 곳 없는 자유계약선수(FA)와 마이너리그 선수들로 미국과 아시아 스카우트들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대표팀 합류를 결정했다.
이스라엘 대표팀 관계자들이 레이더망을 총동원해 이스라엘 핏줄이 섞인 선수들을 찾아내고, 마치 외인부대를 결성하듯이 팀을 구성한 점도 눈길을 끈다.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이 희박한 이들은 이스라엘 투어를 다녀온 뒤 눈빛이 달라졌다.
NYT는 "이스라엘의 승리는 이 팀이 마이너리그 선수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더욱 믿기지 않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NYT는 이스라엘이 라이언 브론(밀워키 브루어스), 이언 킨슬러(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족 피더슨(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등 유대인 빅리거들을 합류시키는 데 실패했지만 부족한 부분을 배짱과 유머로 채웠다고 소개했다.
NYT는 "이스라엘 대표팀에는 항상 웃음이 넘쳐난다"며 "유대인들의 전통 복장을 한 마스코트인 멘치(Mensch)는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데 더없이 큰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한국에 승리를 거뒀지만 2라운드에 진출하는 행운까지 거머쥘지는 불투명하다"며 "이스라엘은 이날 A조 최약체인 대만과 격돌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