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라라랜드', '문라이트'의 작품상 번복 해프닝 뿐만 아니라 생존 인물이 고인으로 둔갑되는 실수가 빚어졌다.
2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중간에 최근 타계한 영화인들을 추모하는 '고인을 추모하며'(In Memoriam)라는 코너에서 생존인물을 고인으로 둔갑시키는 치명적 실수까지 범했다고 CNN 등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실제로 이 코너에서는 지난해 10월 타계한 호주 의상 디자이너 재닛 패터슨을 소개하면서 관련 사진에서는 멀쩡히 살아있는 호주의 영화 프로듀서 얀 채프먼이 올라왔다. 재닛 패터슨과 얀 채프먼을 혼동해 빚어진 실수다.
채프먼은 "내 훌륭한 친구이자 오랜 협력자인 재닛 패터슨을 추모하는 코너에 내 사진이 올라와 너무 당황했다"면서 아카데미 측을 비판했다.
그녀는 "재닛은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차례나 후보로 오른 사람이며, 나는 생존해있고 지금도 제작자로서 활동 중"이라며 "어떻게 이런 실수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시상에서는 수상작 번복이라는 역대급 실수가 나왔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원로배우 페이 더너웨이와 워런 비티는 수상작으로 '라라 랜드'를 호명했고, 이 영화의 제작자들이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발표하며 감격을 나눴다.
그러나 곧, 사회자 지미 키멜이 황급히 나서 수상작이 적힌 봉투를 보여주며 '문라이트'가 수상작이라고 정정 발표했다.
장내는 술렁였고, 수상작이 정정되자 '라라 랜드' 제작진은 트로피를 '문라이트' 제작진에 넘겨주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다.
비티가 수상자 호명 전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이 있긴 했다. 그는 "우리가 받은 봉투에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엠마 스톤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영화 이름이 '라라 랜드'였다"며 "그래서 좀 오래 들여다봤다"고 즉시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스카 시상식 투표를 82년 동안 담당했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6일(현지시간) 발표자에게 봉투를 잘못 전달해 수상작이 뒤바뀌었다며 공식으로 사과했다.
AP통신 등 미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PwC는 "발표자들이 다른 부문의 엉뚱한 봉투를 잘못 전달받았다"면서 "이런 일이 발생한 데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