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자살보험금'이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리려 한다. 예상된 파국이지만 챙겨봐야 할 포인트 챙겨본다.
▲ SCENE #01 "배임이 뭐에요?"
교보생명의 배신은 극적이었다. 이 소식은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전해졌다. 주주 배임이라며 자살보험금을 모두 줄 수 없다던 교보생명은 감독당국이 오너인 신창채 회장의 목줄을 조이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신 회장은 금감원을 직접 찾아 적극적으로 해명도 했다고 한다. 그래도 감독당국의 강경한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랴부랴 교보생명의 이사회가 열렸고, 결국 입장을 바꿨다. 덕분에 신창재 회장은 깔끔하게 자리를 지키게 됐다. 하지만 '정도경영'을 외쳤던 경영자 신창재는 이제 없다.
관전평 역시 냉소적이다. 한 금융소비자 단체는 "고객이 달라고 할 땐 '법대로', '배임'을 외치더니, '대승적'이라는 표현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회사 돈으로 자리를 지킨거다."라고 평가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고객들과 약속한 보험금을 준 것은 잘한 일이다. 배신을 당한 한 보험사 임원은 "오너 살리는 거니 이해는 가지만 어이는 없다. 상장사가 아니라 가능할 거다"라고 말했다.
▲ SCENE #02 "우연인가요?"
교보생명이 투항하던 그 시간, 삼성생명에서는 김창수 사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문책경고'라는 중징계가 내려지기 불과 10시간 전이다. 삼성생명은 이미 예정된 이사회였다며 우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개가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다.
사실 CEO에 대한 중징계는 이미 예고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공갈포'가 워낙 많아서 실제로 그 정도 징계가 내려질 걸로 보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제부터가 또 드라마다. 삼성생명의 주총은 3월 24일이다. 24일전까지 금융위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김창수 사장의 연임은 물 건너간다. 하지만 24일을 넘기면 김 사장은 시작된 두 번째 임기를 채울 수 있다. 일단 다음 달 예정된 금융위 전체회의는 8일과 22일이다. 징계안이 보고회와 금감원장 전결을 거쳐 금융위가 올라가기 때문에 여건상 8일은 어렵다. 유력한 22일 징계가 확정되면, 김 사장의 연임은 주총을 불과 이틀 앞두고 무산된다. 물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 효력을 늦추는 파격적인 방법도 있지만 가능성은 적다. 모든 것은 시나리오일뿐, 이제 엔딩은 삼성생명의 몫이다.
▲ SCENE #03 "금감원 요즘 왜 이래요?"
요즘 금감원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자살보험금 논란도 안진회계법인 징계도 모두 '법원 위 금감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법원의 판결과 상관없이 맡은 바 일을 하는 것이니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반대 입장을 생각하면 곤란한 일은 분명하다. 두둔할 생각은 없다. 보험사도 회계법인도 큰 벌을 받을 만한 잘못을 했다.
지금은 예상하지 못했던 '정권교체기'다. 금감원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역할과 위상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어진 곳이다. 이미 한 야당 의원이 금융위를 해체해 기재부와 금감원으로 업무를 넘기자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때문에 최근 강경 일변도로 나가는 금감원을 '존재감'이라는 단어로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조직의 존재감과 역할을 분명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지만, 강한 '양념'도 치고 있다는 얘기다.
어느 때보다 반기업 정서가 강하고 유력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재벌개혁을 외치는 상황이다. 여기에 재벌들이 가진 생명보험사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 그리고 금융감독원의 조직 논리. 드라마의 배경을 설명하는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