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GFC릴레이인터뷰③]
14개월 된 암소 입속에 손을 넣었다. 하루에 수십번을 했다. 할 때마다 두려웠다. 실험을 멈출 수 없었던 건 멀쩡하던 소들을 살처분하는 광경을 봐서다.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가 회사를 세운 2012년 일이다. 김 대표는 “수많은 생명을 헛되이 보내선 안된다는 믿음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2010-2011년 살처분 350만두
그 직전 2년간 한국은 최악의 구제역 사태를 겪었다. 정부는 소, 돼지 350만 마리를 땅에 묻었다. 당시 김 대표는 이화여대에서 정보통신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고향인 대구에 내려갔다가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알았다. 어렸을 적부터 드나들던 아버지의 친구댁에서 난리가 났다. 생떼 같던 소들이 끌려간다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막을 방법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졌다.
없었다. 제대로 된 관리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지 않았을 때였다. 창업을 결심했다. 축산학을 전공한 아버지께 도움을 받았다. 구상한 제품은 간단했다. 가축이 몸 상태에 따라 체온이 바뀌는 원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체온만 주기적으로 점검해도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 박사과정 전공이 도움이 됐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했다.
◆'체내 삽입 캡슐'로 기술 혁신
문제는 체온 측정기기였다. 기존엔 체온을 재려면 가축 피부에 부착해야했다. 데이터의 정밀도가 떨어지고 파손 위험이 컸다. 기기를 체내에 삽입하기로 한 이유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이었다. 눈에 불을 켜고 논문을 뒤졌다. 소 처럼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은 입을 통해 넣는 게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삼키게만 해도 위에 자리잡게 할 수 있었다.
1000번이 넘게 실험했다. 직접 손으로 소의 목 깊숙히 장치를 넣었다. 2년간은 소들이 모조리 뱉어냈다. 이물질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재질과 모양을 수차례 바꿨다. 결국 사탕수수 원료로 만들면 거부감이 없다는 걸 알았다.
김 대표는 2015년 가축 모니터링 솔루션 ‘라이브케어’를 내놨다. 캡슐 형태의 측정기기를 소의 위에 안착시켜 데이터를 얻고 분석하는 제품이다. 실시간 체온 정보를 이용한다. 질병과 발정, 임신 여부를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다. 식사와 물 섭취량, 활동량도 알 수 있다. 모든 정보는 스마트 기기로 받는다. 김 대표는 “생체 정보를 이용해 손쉽고 정확하게 번식과 질병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매출 50억…반려견 사업 구상
유라이크코리아는 현재 국내를 비롯 일본과 미국, 호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남미와 동남아시아에서도 러브콜이 온다. 올해 매출은 50억원을 넘길 것이란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향후 5년 목표는 300억원이다. 김 대표는 “한번 도입한 농가는 99%가 서비스를 연장하고 있다”며 “소 뿐만 아니라 돼지와 반려견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넒힐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다음달 한국경제TV가 주최하는 '2017 세계경제금융컨퍼런스(GFC)' 발표자로 나선다. 김 대표와 혁신 창업가들의 이야기는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토론 좌장으로 참석한다. 2017 GFC는 3월 9일 오전 9시 부터 서울 하얏트호텔어서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www.hkgfc.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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