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물 굽이굽이 돌아내려와, 옥토에 녹색터전 생겨났으니~
스마트폰을 통해 울리는 우렁찬 전화벨소리. 정년퇴임이 며칠 남지 않은 박정태 교장(김포 하늘빛초등학교)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교가 소리다. 1975년 첫 부임지에서 만난 꼬마제자들이 이제는 인생2막을 준비해야 하는 50대 중년이 된 이때, 42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며 정년퇴임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는 박정태 교장을 만났다.
손 잡아주는 교육공동체, 학교와 부모가 함께 만들어요
70~80년대 주입식 교육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있어 교장선생님은 엄하고 두려운 구령대 위의 선생님이었다. 뜨거운 뙤약볕에 학생들이 현기증을 일으켜도, 매서운 칼바람에 손이 얼어붙어도 부동자세로 아침조회를 마쳐야 했다. 힘들게 그 시절을 보낸 지금의 학부모들 입장에서 보면 박교장은 전혀 달랐다. 애정이 넘치는 근거리 스킨십 교육으로 학생들과 동료교사들, 특히 학부모들에게 ‘인기짱 교장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강의식보다는 프로젝트형 수업방식으로 담임교사가 챙기기 힘든 부분을 보완해 주면서 '아이들 손잡아주기' '함께 놀아주기' 등을 통해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혔고 스킨십을 유지했다. 이런 노력으로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로 구성되는 교육공동체가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게 했다.
특히 그녀는 ‘마지막 4년의 임기를 보낸 하늘빛 초등학교는 공립학교의 한계가 있긴 했어도 교육공동체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한 방향을 향해 똘똘 뭉쳤기 때문에 해마다 높은 만족도를 받을 수 있었다.’ 라고 평가했고, 하늘빛초등학교를 관내에서 가장 다니고 싶은 학교로 만든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 4학년생과 졸업생을 둔 학부모 임경화씨는 ‘교장선생님이 학교에서 늘 아이들을 챙기고 지도해주셔서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낼 수 있었고 학교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참여할 정도로 교장선생님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망은 두터웠다’고 말했다.
<김포 하늘빛 초등학교 박정태 교장>
다음은 박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학부모들이 교장선생님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
A. 학교는 즐거운 곳이어야 합니다. 아이들과 대화하거나 설문결과를 종합해보면 좋아하는 선생님은 <재미있고, 친절한 선생님>입니다. 이를 위해 80분으로 수업시간을 정하고 중간 놀이시간을 30분씩 주어 신체를 충분히 움직이게 했고 친구, 선생님들과 신나게 놀 수 있게 활동중심의 수업을 권장했습니다.
저 역시 재미있고 친절하며, 함께 놀아주는 교장이 되고 싶었죠. 아이들의 이름을 외워 불러주고, 함께 놀아주었고, 그들의 문제에 귀 기울여 들어주기 위해 교장실을 <사랑의 까페>로 만들어 언제든지 찾아와 제가 타준 코코아를 마시며 이야기할 수 있게 준비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랬더니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언제나 달려와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학교가 즐겁고 재미있다> 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아마도 이런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을 보시고 저절로 좋아해주신 것 같습니다.
Q. 어떤 교육자로 살아오셨나요?
A.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은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지만 실천은 어렵습니다. 학생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실천해 나가는 일이나 교수방법을 바꾸는 것은 교사입장에서 서너 배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교직에 들어선 후 10여년이 지났을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는 아이들에게 먹이를 떠 먹여주는 획일적인 교사였습니다.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죠. 그러다 개인차를 고려한 재미있고 맛있는 수업방법을 찾으러 다녔고, <수업방법을 바꾸어보려는 교사 연구회>,<열린교육학회>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더 많은 경험과 지식습득을 위해 해외를 다니며 ‘그들은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살피게 되었고 교사의 역할과 수업방식에 대해 늘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교실이 변해야 교육이 변한다, 교실이 변하려면 교사가 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교사가 되었죠.
<온가족 역사문화탐방-제자와 함께 걷는 박정태 교장>
Q. 학교는 어떤 곳이어야 하나요?
A.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람직한 행동, 행동의 내면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초등교육에서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행동을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 중요한데, 배우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일관성 있게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암기위주의 지식교육은 국제경쟁력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인공지능이 많은 부분을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죠.
지식을 주입하기 보다는 최대한 이끌어내는 교육, 끊임없이 사고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성장해나가는 교육, 경쟁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을 소중히 생각하고 자신도 소중히 여기는 교육,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생명존중과 인간중심교육이어야 합니다. 인조인간이 아닌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을 하는 곳이 학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선 ‘앞으로 나란히가 아닌 옆으로 나란히 교육’이 필요합니다.
Q.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하나요?
A. 먼저 다가가 학생의 손을 잡아주고 귀 기울여 주는 마음 따뜻한 스승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과격한 행동으로 다루기 힘든 개일지라도 주인의 올바른 훈육법으로 빠르게 교정되는 것을 봤습니다. 세상에 문제가 되는 아이들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되는 아이의 주변을 둘러보면 항상 그 아이를 힘들게 하는 환경이 존재합니다. 부모나 스승이 아이를 바로보지 못하고 단순 행동만을 문제시하는 것이 문제라 생각합니다. 교사는 이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A. 퇴직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끊임없는 이별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아이들과의 이별시간이. 교직의 긴 기간 동안 마지막을 신설 하늘빛에서 마칠 수 있어 감사했고 모두가 좋아해주고 칭찬해주어 더욱 감사했습니다. 많이 부족한데도 항상 높은 만족도로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신 학부모님들께 감사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글로 대신합니다. 저 역시 하늘빛에서 하늘빛을 듬뿍 받고 자랐습니다. 그동안 받은 큰 사랑에 감사하며 이웃에게 나누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학교는 기다림과 용서, 배려를 배우는 곳
시대가 바뀌면서 함께 모습을 바꿔가는 학교. 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교육적 가치는 무엇일까? 박정태 교장은 그 답을 ‘기다림과 용서, 그리고 배려’에서 찾는다.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우리 아이는 내가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작은 일에도 상대방의 전학을 요구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십니다. 모두 함께 살아가야할 사회이고 나와 생각이 다른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이해하고 기다려주고 용서해주고 배려해주며 친구가 되는 것을 스스로 배워야하고 그것을 배워야하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내 아이에게 걸림돌이 된다고 그것을 하나씩 제거한다면 아이 앞에 남아있을 친구들은 아무도 없게 될 것이죠’
퇴임 후 이메일을 활용한 무료 교육상담과 진로캠프 운영에 관심이 있어 학교에서 가까운 산 아래 전원주택을 준비 중이라는 박정태 교장. 42년 동안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 학교에서 그녀의 모습을 다시 보기는 힘들겠지만, 또 한 가지 변하지 않을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 아이들과 나의 스승님’ 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