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야구가 인기다.
스크린야구 매장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의 소비 트렌드에서도 스크린야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리얼야구존’은 다음달 200호점 돌파를 앞두고 있고, 골프존의 100% 자회사 뉴딘콘텐츠가 운영하는 스트라이크존은 최근 100호점을 돌파했다.
3위 업체인 레전드 야구존은 현재 매장 수 64개로 2위를 바짝 쫒고 있다.
최근 신한카드 트렌드 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20~30대의 심야시간(밤10시부터 새벽3시) 카드이용 830만 건을 분석한 결과 레저 활동 지출 1위는 스크린 야구(52%)로 나타났다.
그 뒤를 볼링(42%), 당구(38%), 실내골프(21%)가 좇고 있다.
이처럼 스크린 야구가 새로운 레저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스크린야구장 창업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지고 있다.
리얼야구존의 창업자인 이승진 대표이사 회장을 만나 스크린야구장 가맹 사업에 대해 궁금했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사진 = 이승진 리얼야구존 회장(좌). 서울 서초동 리얼야구존 본사)
◇ 창업비용 60%는 기기설치비..고비용 고수익 구조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던 이승진 회장은 스크린 골프를 치면서 야구도 스크린으로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던 이 회장이 사내 엔지니어들과 스크린야구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100만분의 1초까지 판독하는 리얼 야구존의 센서를 개발 완료하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
이 센서는 번트에서 홈런, 당볼, 드라이브타구, 외야 플라이까지 모든 방향의 타구를 정확히 판독해 내는 스크린 야구존의 핵심 기술이다.
이승진 회장은 "처음에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골프처럼 정지돼 있는 공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적정한 가격에 장비를 공급하도록 가격을 낮추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덧붙였다.
마침내 센서개발을 완료하고 2014년 방이점에 직영 1호점을 오픈하자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불과 2년 만에 리얼야구존의 점포는 190개로 늘어났다.
독자 개발한 센서기술과 프로그램이 있어 가능한 결과였다.
현재 리얼야구존은 스크린야구 경기 장치와 관련한 5개 분야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기술력의 집약체이다 보니 창업에 있어 장비 설치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창업 가능한 최소 규모인 100평, 방 4개 설치를 기준으로 총 4대의 기계가 설치되는데 피칭머신 5,200만원, 토스머신 4,700만원 선으로 선택이 가능하지만 대체로 성인들을 위한 피칭머신이 선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기설치 비용은 약 2억 1천만원이 예상된다.
여기에 마운드 시설이 포함된 방 4개의 인테리어와 휴게 공간 인테리어 비용은 평당 13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100평을 기준으로 1억3천만 원의 인테리어 비용이 예상된다. (방음, 방진 비용별도)
그 외 포스와 간판, 탁자와 의자 등 가구, 냉난방기, 야구용품 등 약 2,200만원이 추가되면 매장 하나를 오픈하는데 총 창업비용은 3억5천만 원~4억 원 정도가 드는 셈이다.
(▲ 사진=리얼야구존의 룸과 로비 인테리어)
4억 원에 가까운 창업비용이 들면서도 매장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높은 매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오픈한 190여 개 리얼야구존은 지역에 따라 월 2천500만 원에서 최고 8천만 원까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크린 야구존의 한 시간 이용료는 시간당 4만5천원~4만9천원으로 높은 편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코인 노래방과 인형 뽑기방의 시간당 단가가 7천원이 것과 비교하면 6배 이상 높다.
특히 스크린야구장 이용에 인원제한이 없기 때문에 친구들이나 회사 등 단체가 방문하면 한두 시간이 훌쩍 가버리는데다 맥주나 음료, 간단한 안주를 찾는 사람도 많아 부가 수익이 쏠쏠하다.
스크린야구장은 주로 저녁~밤 시간 이용객이 많은 편이다. 이 시간에 매출이 집중되지만 낮 시간에도 매출이 나올만한 상권에서는 매출이 2~3배 까지 뛴다.
이 회장은 "3교대 공장지대 근처에 오픈한 점포의 경우 월 최대 8천만 원을 달성한 곳도 있다"며 “유동인구가 많으면 임대료가 비싸지만 낮 시간 손님을 끌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적은 지역에 위치한 점포일 경우라도 현재까지 오픈된 점포의 매출은 월 평균 3~4천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주변에 비슷한 업종이 쉽게 진출하기 어려워 스크린 야구를 즐기려는 이용객이 직접 매장을 찾아가는 창업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100평 이상에 기둥이 많지 않은 부동산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먼저 좋은 곳에 진입하면 또 스크린 야구장이 들어오는 위험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리얼야구존에서 회식을 즐기는 사람들 / 리얼야구존 라페스타점 페이스북 화면 캡쳐)
◇ "재미를 방해하는 요소는 모두 제거하라"
리얼야구존의 전략은 참가자들이 스크린 야구를 즐기는 동안 가장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리얼야구존의 기본 4개의 방은 실력에 따라 메이저룸, 마이너룸, 루키룸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메이저룸은 실제 야구장의 투수와 타자간의 거리인 18.44M의 길이를 유지해 야구 마니아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이너룸 11.44M, 루키룸 9M) 피칭머신 또한 실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연습용으로 사용하는 머신을 이용하고 있다.
경쟁사가 방 수를 늘리기 위해 길이를 줄이고 속도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리얼야구존는 지속적으로 방문해줄 야구 마니아들을 위해서는 18.4M 길이의 방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경쟁사가 딱딱하지 않은 재질의 특수볼을 제작해 안전성에 신경 쓴 반면 리얼야구존은 실제 야구공을 활용해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리얼야구존의 강점은 게임 진행이 빠르다는 사실이다.
이승진 회장은 "특히 여러 사람이 경기를 하러 올 경우 사람들은 내 차례가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린다"며 "스크린야구장에 오는 이유가 화려한 그래픽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야구를 즐기러' 오는 만큼 게임의 몰입을 방해하는 반복적인 그래픽을 모두 제거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래픽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경쟁사의 경우 타자가 땅을 고른다거나 아직 공을 던지지 말라는 등의 손짓을 하는 등 불필요한 애니메이션이 지속적으로 등장해 상대적으로 게임진행 속도가 느린 편이다.
리얼야구존의 또 다른 강점은 2016년 한해 기준 350만 명에 달하는 누적이용자가 남긴 피드백 데이터를 꼽을 수 있다.
스크린 스포츠의 특성상 게임의 재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다.
홈런이 너무 많이 나와도 흥미가 떨어지지만 실제 야구경기처럼 홈런이 너무 적게 나와도 이용자들이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사람들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균형점'을 맞추는 것이 게임 개발자들의 큰 과제다.
350만 명의 누적 이용자 데이터는 공의 방향과 높이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해 각각 다른 결과를 내도록 설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업계에 가장 먼저 진입해 350만 고객을 대하면서 쌓아온 정교한 튜닝노하우는 후발주자는 따라오기 힘든 강점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관람객은 800만 명에 육박했고 스크린 스포츠 시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KB증권은 2020년 스크린 야구시장이 1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 내놨다.
스크린 스포츠 시장은 해외로 확장되고 있다.
리얼 야구존은 지난해 일본에 진출한데 이어 오는 3월 중국 상해 직영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홍콩 법인을 설립해 홍콩과 대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승진 회장은 "경쟁사가 뒤를 바짝 쫓고 있지만 스크린 스포츠 시장을 함께 키워나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리얼야구존은 앞으로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회사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