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제 주체와 금융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불확실성’인데요. '슈퍼 파워 미국'이 어떤 정책을 펼지, 미중 갈등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난제들이 곳곳에 퍼지며 초불확실성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신선미 기자입니다.
<기자>
‘동맹과 자유무역’ 두 축으로 구축돼온 전후 70년 세계 질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브렉시트에서 트럼프 행정부까지 전 세계를 휘젓고 있는 '고립주의-반세계화‘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인 트럼프가 최강국 미국의 최고리더가 되면서 백악관은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진원지가 됐습니다.
<인터뷰>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
“트럼프가 명확히 입장을 밝히고 신뢰할 수 있는 경제자문팀을 꾸리게 된다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텐데, 그게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해야 불확실성이 해소될 걸로 봅니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기치 하에 수많은 공약을 했으나, 그중 무엇을 실제로 이행할지 아직은 불확실합니다. 다만, 선거 캠페인 때 약속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공약을 취임식 때 다시 강조한 만큼 고립주의 정책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국제질서의 대변혁도 예상됩니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중국 또한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G2 갈등은 증폭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인터뷰> 주닝 칭화대 교수
“중-미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 무역, 심지어 지정학적 갈등은 아마도 2017년 최대의 불확실성일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기존의 여러 입장을 바꾸었고 그의 정책들은 정치와 경제 모든 면에서 중국 정책결정권자들에게 매우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올해 예정된 EU 주요국들의 선거도 반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여부를 결정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3월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과 EU의 탈퇴 협상, 4~5월 프랑스 대선, 9~10월 독일 총선 등이 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정치일정입니다. 트럼프발 정책 혼선과 미-중 통상마찰 심화 등 정치경제적 혼돈과 급변이 불러온 ‘초불확실성 시대’.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인 만큼 세계는 지금 극도의 경계심과 불안감으로 가득합니다. 한국경제 TV 신선미입니다.
<앵커>
신선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초불확실성 시대의 핵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트럼프를 두고 ‘종잡을 수 없는 인물’ 이란 평가가 많은데요.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최강국 미국이 향후 어떤 정책을 펼칠까요?
<기자>
트럼프가 천명한 미국 우선주의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지는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나 법인세 규제완화 등은 모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결국 트럼프가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건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통상정책뿐입니다.
대미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중국과 멕시코, 그리고 한국이 규제 대상이 될 텐데요. 미국이 조치를 취할 경우 상대국가도 보복, 즉 맞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 교역전쟁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앵커>
중국 또한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시진핑 주석이 집권 2기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 또한 불확실성 요인 중 하나입니다. 시진핑 1기와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기자>
올 가을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가 열립니다. 시진핑 체제의 1기와 2기가 바뀌는 분기점이 될 텐데요. 큰 방향을 보자면 지난 5년 시진핑 1기 때와 다르지 않을 거 같습니다. 시장자유화 기치 아래 경제발전을 중심에 둘 것으로 보이는데요. GDP 성장속도, 즉 숫자에 연연하기 보다는 중국의 글로벌화, 세계화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글로벌 경기침체(2008~2009년)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민간부문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과잉신용’ 우려가 큰 만큼 부채를 줄이는 '디레버리징'에도 중점을 둘 걸로 보입니다.
<앵커>
글로벌 강국인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도 예측불가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중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앞으로 G2의 행보는 어떨 걸로 예상하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데이터나 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지만 트럼프는 자기가 생각한대로 중국을 보려 하기 때문인데요. 특히나 트럼프에게 경제자문을 제공하는 사람 또한 중국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취임 전부터 무역과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했는데요. NTC 수장이 반중 보호무역주의 경제학자인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입니다.
<앵커>
앞으로 미중 갈등이 더 심각해질 수도 있겠네요?
<기자>
그건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기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 간에는 상당한 경제적 의존성이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수출 수입 부분뿐만 아니라 중국은 미국의 많은 국공채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미국이 채무자 입장인건데요. 중국에 빚을 지고 있는 만큼 미중관계가 우호적일수록 좋겠죠. 북한에 대해서도 미/중간 협력이 필요하구요. 따라서 트럼프가 신뢰할 수 있는 경제자문팀을 꾸리고 ‘정치는 단순치 않다’란 사실을 배우길 바라야할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미중 갈등이 이어져 무역전쟁이나 통화전쟁으로 나아가게 된다면 전 세계는 핵폭탄급 초불확실성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에 퍼진 신고립주의와 G2의 갈등으로 한국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는데요.
미국과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들이 한국의 대응에 대해 조언했습니다.
이지수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기자>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는 한국 정부와 기업에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라"고 전했습니다. 한미FTA 재협상 등 논란이 되는 조치에 대해 "트럼프 스스로 깨닫고 수정할 것으로 본다"는 게 이유입니다.
<인터뷰>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또 미국 신 행정부가 업무를 습득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줘라. 지금 트럼프가 백악관의 불켜는 스위치가 어딨는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들린다"
동시에 "한국은 경제금융분야의 준비가 필요하다"고도 말했습니다.
<인터뷰>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교수
"한국의 은행과 금융 체계를 견고하게 만들면서 경제를 단단히 준비시켜라. 외환보유고나 충당금등에서 충분한 자금여력도 가져야한다."
아이켄그린 교수는 다만 "트럼프가 한국에 대미 수출을 줄이고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옮기라는 직접적인 압력을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통상에서 미국 못지 않게 중요한 나라가 중국입니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4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가입니다. 중국의 대내외적 정책 변화와 사드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에 대해서도 석학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주닝 칭화대 교수는 "올 가을 시진핑 정부 2기 출범이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글로벌화를 독려하는 정책들이 더 많이 내놓으면서 해외 투자와 M&A 수요가 늘어난다는 겁니다.
<인터뷰> 주닝 칭화대 교수
"점점 글로벌화되는 수요와 함께 중국 기업들의 해외 협력 및 투자에 대한 욕구와 수요 또한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주닝 교수는 국내 조선해운업에 대해 "중국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양국 조선해운 기업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해선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성장모델이 되면서 큰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위안화 환율이 불안정한 점은 리스크로 꼽았습니다.
<인터뷰> 주닝 칭화대 교수
"최근 중국이 위안화 환율 불안정으로 자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사드 배치에 대해 주닝 교수는 "중국 정부의 실망감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했고, 아이캔그린교수는 "미중 협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라"고 조언했습니다. 한국경제TV 이지수입니다.
<앵커>
들으면 들을수록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가 혼돈일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기자>
네. 올해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건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뿐입니다. ‘불확실성‘이라는 말로도 현 상황을 표현하기는 부족해 ‘초불확실성 시대’라는 용어까지 나온건데요. 앞서 보셨다시피 지난해 브렉시트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정치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이 몰고 온 충격파 때문입니다. 전인미답의 낯선 영역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일텐데요.
한국경제 TV는 미국과 중국의 현 상황을 진단해보고 한국의 대응전략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는 3월 9일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주제로 열리는 세계경제금융컨퍼런스에 세계적인 석학 두 분을 모셨는데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지 이근형 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기자>
오늘 현안을 풀어가는 데 도움을 준 두 석학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 볼까 합니다. 앞서 인터뷰를 통해 만나보신 배리 아이켄그린과 주닝 교수는 최근 미국과 중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석학들입니다. 차세대 노벨상 후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돕니다.
초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hyper uncertainty) 라는 말을 처음 언급한 학자가 바로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UC버클리)인데요, 한국을 아주 잘 아는 대표적인 석학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편 주닝 교수(칭화대)는 중국 정부에 경제분야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금융전문가로, 예일대와 캘리포니아대학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중국을 두루 살필 줄 아는 학자입니다.
저희 한국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 이들 두 석학이 한 발언은 글로벌 G2간의 묘한 신경전을 느끼게 해줍니다.
세계적인 초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원인이 뭐냐. 라고 했을 때, 아이켄그린은 “트럼프 신행정부다” 이렇게 답했고, 주닝은 “트럼프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19대 전당대회, 탈EU현상도 봐야한다.” 라며 미국의 패권주의를 따끔하게 지적했습니다.
아이켄그린은 또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드랜딩이 아닌 소프트랜딩 할 것이라는 확실성이 점차 줄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이에 대해 주닝은 “시진핑 2기에서는 GDP 성장속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라는 말로 응수했습니다.
미국의 TPP탈퇴 이후의 정세에 대해서도 두 학자의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주닝은 미국이 TPP를 탈퇴하면서 동아시아 지역 패권은 중국이 장악하게 될 것이다. 라고 전망한 반면, 아이켄그린은 과연 중국이 역내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군사외교적 측면에서 오히려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저희 한국경제TV에서는 이렇게 서로 같은 듯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두 학자를 직접 초청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세계 경제가 화해와 협력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대결의 국면을 맞을 것이냐. 또 한국은 과연 고래 싸움의 새우 신세를 면할 수 있을 것이냐. 오는 3월 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리는 세계경제금융컨퍼런스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앵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된 배리 아이켄그린 교수가 ‘초불확실성 시대’라는 말을 처음으로 만들어냈군요.
이 외에도 세계경제금융컨퍼런스에선 어떤 것들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기자>
첫 번째 세션 ‘협력과 갈등의 G2, 한국의 선택’에서는 두 분 석학과 함께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합니다. 두 번째 세션에선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좌장으로 나서 한국의 대응전략을 논의하구요.
세 번째 세션에선 초불확실성 시대 생존전략을 모색해봅니다. 전 세계가 혼돈에 빠진데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 자산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궁금한 점 많으실텐데요. 전문가들의 투자전략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 같습니다.
마지막 세션 ‘한국 경제, 혁신의 희망’에서는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이 좌장으로 나서 유망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얘기합니다.
<앵커>
초불확실성 속 길을 묻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