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김지영 별세…요절한 남편과의 가슴 아픈 사연 "처음 입혀준다는 옷이 겨우 소복이냐"

입력 2017-02-19 16:56
수정 2017-02-19 17:24
원로배우 김지영 별세, 요절한 남편


원로배우 김지영이 향년 7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한 매체는 19일 "2년간 폐암으로 투병해 오던 원로배우 김지영이 이날 오전 숨을 거두었다"라고 보도했다.

김지영은 18세부터 연극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해 1965년 영화 '상속자'를 통해 대중에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2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대한민국 방송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특히 김지영은 2005 KBS 연기대상에서 '장밋빛 인생'을 통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2008년에는 여기서 이름을 딴 저서 '장밋빛 인생'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이 책에는 6.25 한국전쟁 당시 가족을 버리고 떠난 그녀의 아버지, 갖은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술에 절어 요절하고 만 남편의 이야기 등 그녀의 절절한 가족사와 이를 신앙으로 극복한 신앙 체험기가 기록돼 있어 눈길을 끈다.

술에 절어 폐인이 된 김지영의 남편은 아내의 간호 덕에 12년 만에 건강을 찾았지만 곧 다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하며 결국 젊은 나이에 숨지고 말았다.

이를 두고 김지영은 "통곡과 절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여보쇼! 야, 이 인간아! 잘 살아보자고 만나서는 평생 고생만 시키더니 얼굴도 안 보고 가냐, 못된 인간아? 이날 이때까지 옷 한 벌 제대로 못 해주더니, 처음으로 입혀준다는 옷이 그래, 겨우 소복이냐?('장밋빛 인생' 본문 중에서)"라고 술회했다.

그녀는 요절한 남편을 두고 하느님을 원망했지만 그순간 하느님이 자신을 찾아왔다고 전했다.

하느님을 만나 비로소 아버지와 남편을 용서했다는 김지영은 "하느님도 내 잘못을 모두 용서해 주셨는데 내가 용서 못 할 사람이 누구겠느냐"라고 신앙의 힘을 굳게 믿었다.

원로배우 김지영의 작고 소식에 온 국민이 눈시울을 붉히며 애도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