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서치 '신뢰 위기'(종합)] 위기의 리서치센터…시장 신뢰 '흔들'

입력 2017-02-16 17:44
<앵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가 '매수' 의견 일색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기업분석 보고서에 담긴 실적 전망치가 부정확한 것은 물론, 목표주가 부풀리기 관행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서치센터 보고서 작성의 고질적인 관행 개선을 위해 감독당국까지 나섰지만 업황 위축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종학 기자입니다.

<기자>

1조원대 신약개발 계약 파기에 1년 만에 주가가 반토막난 한미약품.

그런데 계약파기 공시 직전까지 증권사가 제시한 한미약품 목표주가는 최고 110만원으로 당시 주가의 두 배에 달했습니다.

해당 공시가 알려져 한미약품 주가가 하향세를 그리던 중에도 증권사들은 신약개발 기대감을 이유로 목표주가를 높여 제시했습니다.

증권사가 발간하는 보고서가 부정확한 이유는 업황 부진에 애널리스트 숫자가 줄어든데다, 해당 기업이나 기관투자자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녹취> 증권업계 관계자

"구조조정을 막아줘야지. 이렇게 비용 줄이고, 사람 줄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좋은 리포트를.."

증권사 보고서는 2012년 3만여 건에서 지난해 2만 1천여건으로 감소했는데, 매수 의견을 제시한 비중은 같은 기간 83%로 변화가 없습니다.

분석 대상이 된 상장기업의 절반은 실제 주가와 목표주가 30% 이상 차이를 보였고, 실제 가격과 비슷한 종목은 5%에 불과했습니다.

이 같은 관행은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대형주는 물론 중소형 주식에 대한 명확한 투자 판단을 어렵게 만듭니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 주가는 공매도로 인해 지난해 이후 10만원대 초반에 묶여있지만 증권사 보고서는 40% 이상의 가격을 제시해 혼선을 주고 있습니다.

방위산업 수주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한 한국항공우주, 한화테크윈, 실적에 부침을 겪은 아모레퍼시픽 등도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적 전망이 대부분입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목표주가를 크게 낮춰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의견을 '매도'나 '중립'으로 바꾸는 것도 어렵습니다.

상장기업, 증권업계, 감독당국까지 참여해 협의체를 구성해 대안을 마련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부정적 보고서에 대한 기업의 인식 전환과 함께 기업리포트의 유통구조까지 체질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양질의 정보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앵커>

조금 전 리포트를 취재한 김종학 기자 나와있습니다.

증권사에서 생산한 보고서에서 투자의견, 12개월 목표주가를 표시하고 있는데 이렇게 부정확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리서치센터 보고서가 부실한 건 감독당국, 증권업계 의견이 조금 다릅니다.

감독당국은 기업이나 기관투자자에 유리한 보고서 작성 관행이 문제다라는 거고요, 증권사 입장에서는 사람이 부족해 탐방도 다니기 어려운데 어떻게 좋은 보고서가 나오느냐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우선 증권사 보고서 작성 관행의 문제인데, 12개월 목표주가는 분석 기업의 주당순이익을 기준으로 업황이나 다른 경쟁기업의 주가 등을 감안해 몇 배씩 곱해 주가를 산출합니다.

그런데 이때 실적이 나빠지거나 하면 불리한 조건을 빼고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주가가 실제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증권사 3곳 이상이 분석한 종목만 따져도 1년간 목표주가만큼 오른 종목이 전혀 없는 상태고, AJ네트웍스, NEW, 코스온은 실제 주가보다 목표가격이 70% 더 높게 제시됐습니다.

기준을 넓혀서 10% 미만의 오차도 괜찮다해서 찾아봤지만 273개 종목 중 13개 종목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일단 높게 부르다보니 가령 신약 개발이 늦어졌다거나, 새로운 사업에 차질을 빚게돼도 목표가만 낮추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외국계 증권사들이 엔씨소프트, 호텔신라 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던 것과 같은 보고서를 발견하는 건 더욱 어렵습니다.

또 개인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건 투자의견을 표기하는 방법도 제각각입니다.

단순히 매수, 매도, 보유만 있는게 아니라 시장수익률, 비중축소 등 사야할지 팔아야할지 애매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들도 많다는 겁니다.

투자의견을 아예 제시하지 않는 보고서들도 있는데, 사실상 투자판단의 자료로 삼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증권사 보고서는 외국인·기관 투자자뿐만 아니라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투자 시 꼭 참고하는 자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보고서가 대형주 중심인데다 언급조차 되지 않은 종목도 수두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그야말로 정보기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보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주식투자 온라인 커뮤니티나 종목토론 게시판에는 확인되지 않은 종목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곳을 드나듭니다.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증권사들의 종목 분석 리포트 발행이 줄면서 기업공시, 종목 관련 뉴스 이외에 추가로 얻을 수 있는 투자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23개 증권사의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총 38명.

4년 전과 비교하면 그 수는 절반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올해 인력이 신규 채용되면서 중소형주를 주로 다루는 일명 스몰캡 전담 애널리스트 수도 소폭 증가했지만 과거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스몰캡 전담 부서가 아예 사라진 증권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주요 섹터 애널리스트가 수시로 스몰캡 분석을 병행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화인터뷰> 증권업계 리서치센터 관계자

“돈버는 부서가 아니잖아요. 리서치는. 비용부서라고 생각하는 거죠. 비용을 축소시키는 쪽으로 가니까 증권사들이. 증권사들이 스몰캡 전담 인력을 줄이면서 보고서 양이 줄고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알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이 줄었다.“

실제로 지난 한해동안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 100위권 종목 가운데 12개 종목은 단 한 건의 리포트도 발행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5년간 보고서가 10건 이내로 발행된 종목도 상당합니다.

특히 코미팜, 안랩,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3개 종목 관련 리포트는 2012년 한 건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코스닥 시총 상위 100위권 종목들의 리포트 발간 평균치는 코스피의 8분의 1수준.

전문가들은 스몰캡 전담 인력이 줄어들수록 투자자들에겐 정보 취득 통로가 좁아지고 기업들에게는 자금조달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보미입니다.

<앵커>

증권사 리포트가 부실해지면 개인투자자들의 시장에 대한 신뢰도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증권사 내부 문제도 있지만 제도적인 지원도 부족한 상태라고요?

<기자>

금감원, 금융투자협회, 상장사협회의가 협의체를 구성해 내놓은 대안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내용을 보면 목표주가가 실제 주가 흐름과 다르다보니 이를 막기 위해 보고서에 아예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괴리율을 표시하도록 하고, 투자 의견과 10% 이상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 보고서에 대해 내부 심의를 다시 받도록 하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애널리스트가 기업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쓰게 되면 출입을 거절당하는 불이익도 받는데, 이런 걸 막기 위해 보고서 품질만 좋으면 연봉 높게 받도록 하고, 기업과 갈등이 생기면 금감원이 이를 중재해주자는 방안도 논의됐습니다.

그런데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이런 식으로는 보고서 품질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영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부서가 아니라 자금을 중개해줄 기업과의 네트워크, 금융상품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정보를 생산하는 부서입니다.

증권사마다 많게는 70~80명 정도의 대규모 인력을 운영하게 되고, 인건비가 많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투자자들 참여가 활발하고 시장이 좋을 때는 증권업의 꽃이라고 불렸지만, 업황 불황에 억단위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들이 줄어들고 자연스레 어떤 기업을 잘 알고 분석했던 노하우도 사라지는 겁니다.

사람이 부족하다보니 작은 기업들 탐방이 힘들어 진 건 물론이고, 기업의 내부 정보를 유출한 2차, 3차 정보 유출자까지 처벌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나온 뒤에는 애널리스트 활동 영역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우선 보고서 작성기준도 현실, 실제 주가 흐름에 맞게 바뀔 필요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증권 산업 전체, 시장 활성화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감독당국이 보고서 품질을 높인다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시장에 대해 불신을 걷고, 노후 재테크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자본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우선으로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증권팀 김종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