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맹세 강요에 살해 협박까지' 농아인 투자사기단 적발

입력 2017-02-09 13:46
수정 2017-02-09 14:11


전국 농아인 수백명으로부터 고수익을 미끼로 약 280억원을 가로챈 농아인 투자 사기조직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자신들도 농아인인 이들은 '행복팀'이란 조직을 만들어 같은 농아인을 대상으로 6년에 걸쳐 거액의 사기행각을 벌이다 적발됐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행복팀' 총책 김모(44)씨와 중간책임자 등 8명을 구속하고 이들의 지시를 받아 피해 농아인들을 회유·관리한 조직원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총괄대표, 지역대표, 지역팀장 등 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총책을 중심으로 엄격한 조직관리를 하면서 행동강령까지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또 카카오톡과 같은 SNS를 활용해 강력한 통솔체계를 유지하는 등 광범위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저지른 물증을 확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수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 씨 등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투자사기 조직 '행복팀'을 운영하며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과 함께 장애인 복지관 이용 등 각종 복지혜택도 보장한다며 농아인 500여명으로부터 280여억원을 받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대부분 형편이 어려웠고 금융지식도 부족했던 피해 농아인들은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율로 집·자동차·휴대전화 담보대출과 신용카드대출 등으로 투자금을 마련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6억원까지 '행복팀'에 투자했으며 피해금액은 최대 300억∼400억원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행복팀' 조직원들은 보호자를 사칭해 농아인들이 대출할 때 금융기관에 동행, 투자금을 송금하게 하거나 현금으로 받아갔다.

또 피해 농아인들로부터 '충성맹세서'를 받거나 '대표·팀장을 만나면 90도로 인사한다', '조직을 배신하면 끝까지 찾아내 죽이고 3대까지 거지로 만들 것이다' 등 행동강령을 만들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행복팀은 피해자들을 주변 인물들로부터 고립시키고 수년간 사이비 종교 집단처럼 세뇌 교육을 반복해 수사가 진행된 후에도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믿는 농아인들이 많았다"며 "하위조직까지 뿌리 뽑고 범죄수익은 몰수 보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